“이래도 안되면 MBC 뉴스 끝장”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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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앵커 인터뷰/“보도국 ‘조로 현상’ 극복이 성공의 관건”
어떤 뉴스를 만들고 싶은가?


MBC 뉴스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믿을 수 있게, MBC 뉴스가 취재해 갔다는 것만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바람이다. 특히 발굴 뉴스를 많이 만들고 싶다.



시청률 경쟁을 하다 보면 쉽지 않을 텐데?

맞는 말이다. 자극적인 뉴스를 내보내면 시청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그런 편법을 쓰지는 않을 생각이다.


어떻게 보도국을 이끌 생각인가?

보도국의 ‘조로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뉴스 제작에 간부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나이 든 선배가 ‘밤화장’까지 해가면서 해보려고 하는데 도와주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밤에 분장하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나?


그렇다. 마지막이라는 각오이다. 이래도 안 되면 MBC 뉴스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보도본부장을 겸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미국식 앵커 시스템을 도입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뉴스를 지나치게 상품화하는 데에 찬성하지 않는다. 미국은 영웅을 키우는 데 익숙한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므로 앵커의 모습도 달라야 한다.


앞으로 목표는?


실추한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MBC 뉴스가 정권 나팔수라더니 그렇지도 않네’라는 말을 끌어낼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본다.


언론 개혁 정국에서 피해가 컸는데 평가는?


즉자적으로 대응했던 것은 문제라고 본다. 뼈 아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신문 매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유지할 생각이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제의를 많이 받은 것으로 들었는데, 정치를 할 생각은 없는가?


1990년대 초반 심명보 의원이 사망해 영월·평창에 보궐 선거가 있던 때부터 정치권의 손짓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언론인이 정계에 입문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나는 전혀 생각 없다. 방송일이 더 ‘생산적’이고 ‘양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이 없는가?


인생은 길지 않다. 한 가지를 제대로 발현하기도 쉽지 않다. 후배들에게 방송인이 정치를 하는 것보다 방송을 계속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범이 되고 싶다.


야생 동물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난리들인데 애완 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부쩍 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아무래도 기이하다. 애완 동물에 지극 정성을 바치는 것으로 야생 동물에 대한 인간의 횡포를 대속받으려는 뒤늦은 후회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어서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저자가 직접 북미 대륙을 누비며 경험하고 관찰했거나, 사냥꾼·목동·광부·농부 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구성한 책으로, 여러 동물들이 겪은 이야기를 한 동물이 겪은 것으로 기술한 점을 빼고는 전부 사실이다. 주인공은 곰 산양 쥐 코요테 참새 오리 강아지 등이며, 다른 포식 동물과 인간이 조연으로 등장해 쫓고 쫓기는 모험담을 이룬다. 그 모험담은 장렬하거나 유쾌하고, 때로는 애달프다.



가령, 미국 북서부 고원 지대에서 산양 무리를 이끄는 ‘크래그’는 무리 속의 경쟁자는 물론 사냥개나 늑대조차 해치우는 ‘위대한’ 우두머리다. 그의 멋진 뿔을 노린 스코티라는 사냥꾼의 집요한 추적도 번번이 따돌리지만 결국은 석달여 만에 스코티의 총에 맞는다. 그러나 스코티 역시 잘린 크래그의 머리를 전리품처럼 걸어 놓은 오두막집이 눈사태에 깔리면서 죽고 만다.



옐로스톤 공원 숲속의 아기 곰 ‘조니’는 인근 호텔에서 내다버린 음식 쓰레기를 포식하며 사는데, 사냥처럼 힘들고 고된 일은 도통 관심 밖이다. 하지만, ‘상표 보는 법까지 알아버린 듯’ 통조림 깡통만은 입맛대로 골라 가며 먹는다. 한번은 자두 파이 만드는 냄새에 이끌려 호텔 주방까지 기웃거리다가 고양이들의 거센 반격를 받고 혼비백산 퇴각한다. 어미 곰이 죽은 뒤에는 인간 세계에 투항해 호텔 주방의 아궁이 곁에서 구박덩이로 살다가 병들어 죽는다.



파브르 ‘곤충기’와 더불어 그동안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일본어 중역본만을 접할 수 있었던 시튼 ‘동물기’를 완역본으로 펴낸다는 기획으로 1901년에 나온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았고, 시튼이 직접 그린 동물 스케치도 그대로 살리는 등 서지적 충실도가 뛰어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누구나 읽은 것처럼 ‘착각’할 만큼 익숙한 책이어서 반가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동물의 야성 앞에서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협량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조금은 불편한 독후감을 남긴다. 둘째 권 <회색곰 왑의 삶>(장석봉 옮김)도 같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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