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곰 ‘조니’는 고양이가 무서워
  • 강철주 편집위원 (kangc@sisapress.com)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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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야생 동물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난리들인데 애완 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부쩍 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아무래도 기이하다. 애완 동물에 지극 정성을 바치는 것으로 야생 동물에 대한 인간의 횡포를 대속받으려는 뒤늦은 후회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어서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저자가 직접 북미 대륙을 누비며 경험하고 관찰했거나, 사냥꾼·목동·광부·농부 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구성한 책으로, 여러 동물들이 겪은 이야기를 한 동물이 겪은 것으로 기술한 점을 빼고는 전부 사실이다. 주인공은 곰 산양 쥐 코요테 참새 오리 강아지 등이며, 다른 포식 동물과 인간이 조연으로 등장해 쫓고 쫓기는 모험담을 이룬다. 그 모험담은 장렬하거나 유쾌하고, 때로는 애달프다.



가령, 미국 북서부 고원 지대에서 산양 무리를 이끄는 ‘크래그’는 무리 속의 경쟁자는 물론 사냥개나 늑대조차 해치우는 ‘위대한’ 우두머리다. 그의 멋진 뿔을 노린 스코티라는 사냥꾼의 집요한 추적도 번번이 따돌리지만 결국은 석달여 만에 스코티의 총에 맞는다. 그러나 스코티 역시 잘린 크래그의 머리를 전리품처럼 걸어 놓은 오두막집이 눈사태에 깔리면서 죽고 만다.



옐로스톤 공원 숲속의 아기 곰 ‘조니’는 인근 호텔에서 내다버린 음식 쓰레기를 포식하며 사는데, 사냥처럼 힘들고 고된 일은 도통 관심 밖이다. 하지만, ‘상표 보는 법까지 알아버린 듯’ 통조림 깡통만은 입맛대로 골라 가며 먹는다. 한번은 자두 파이 만드는 냄새에 이끌려 호텔 주방까지 기웃거리다가 고양이들의 거센 반격를 받고 혼비백산 퇴각한다. 어미 곰이 죽은 뒤에는 인간 세계에 투항해 호텔 주방의 아궁이 곁에서 구박덩이로 살다가 병들어 죽는다.



파브르 ‘곤충기’와 더불어 그동안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일본어 중역본만을 접할 수 있었던 시튼 ‘동물기’를 완역본으로 펴낸다는 기획으로 1901년에 나온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았고, 시튼이 직접 그린 동물 스케치도 그대로 살리는 등 서지적 충실도가 뛰어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누구나 읽은 것처럼 ‘착각’할 만큼 익숙한 책이어서 반가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동물의 야성 앞에서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협량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조금은 불편한 독후감을 남긴다. 둘째 권 <회색곰 왑의 삶>(장석봉 옮김)도 같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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