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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서 이어도를 발견하다

김영갑 사진전 <내가 본 이어도, 1 용눈이 오름>, 1월10~15일 서울갤러리

고재열 기자 ㅣ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1.10(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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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 사진작가 김영갑(48)의 카메라는 바람이었다. 피안의 이상향 이어도를 찾아 그의 카메라는 바람처럼 헤매었다. 한라산·마라도·노인·해녀·오름·바다·들판·구름·억새 등을 필름에 담으며 그는 20년을 제주도에서 방랑했다.

20년이 지난 뒤, 김영갑의 카메라는 돌하르방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어도를 찾았다. 돌하르방처럼 한 자리에 붙박이로 있으면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풍광을 바라보다가 그 안에서 이어도를 발견한 것이다. 이어도는 찾아간다고 해서 찾아지는 섬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섬이었다.

그는 바다가 아니라 산에서 이어도를 발견했다. 돌하르방이 된 그의 카메라가 둥지를 튼 곳은 중산간 지방의 오름지대였다.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그를 따뜻이 품어준 오름지대에서 그는 이어도를 보았다. 관광객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이 주인인 중산간 지방의 고요 속에서 그는 이어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 70여 점을 그는 <내가 본 이어도, 1 용눈이 오름>전(1월10~15일 서울갤러리)에 올려보냈다. 이번 사진전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후원회 ‘김영갑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김씨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이번 전시가 어쩌면 그의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조금만 근육을 움직여도 통증이 몰려오는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시달리고 있다. 더 이상 카메라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은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몸무게가 37kg으로 줄어든 그는 전시회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글로 대신한 인사에서 그는 “달팽이 걸음으로, 아니 굼벵이마냥 굴러서라도 완주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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