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스크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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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찢어진 일본 귀신 식칼 들고 한국 상륙
“빨간 휴지를 줄까, 파란 휴지를 줄까?” 빨간 휴지 괴담은 30~40대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인기를 끌었던 괴담 가운데 하나다. 지금과 달리 학교에 ‘푸세식’ 화장실이 많았기 때문에 빨간 휴지 괴담은 공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빨간 마스크’ 괴담이다. 빨간 마스크 괴담은 그로테스크하다. 입이 작은 일본 여자가 성형 수술을 받았는데, 하품을 하다가 그만 입이 찢어져 자살하고, 그 원한을 풀려고 일본 전역을 떠돌다가 부산까지 진출했다는 것이다. 이 빨간 마스크가 밤에 나타나 “나 예뻐?”라고 묻고는, 예쁘다고 대답하면 마스크를 벗으며 “이래도 예뻐?”라며 귀까지 찢어진 입을 보여주고, 못생겼다고 대답하면 큰 식칼을 들고 쫓아온다는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빨간 마스크’ 사진(위)도 괴담이 바이러스처럼 퍼져가는 데 한몫 했다.

빨간 마스크 괴담을 유포한 일등 공신은 푸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포털 업체들이다. 빨간 마스크 관련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 지난해 4월. 별로 얘깃거리도 안 되었던 괴담이 최근 들어 각 포털 업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블로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포털 업체는 앞다투어 빨간 마스크 얘기가 올라간 블로그를 인기 블로그로 ‘지정’하고, 괴담은 클릭 수가 많아지면서 자기 복제를 한다. 이라크 전황을 알려 주목되었던 1인 미디어 블로그가 한국에 와서는 공허한 괴담의 통로가 되어 버렸다.

산세비에리아는 새집 증후군이 낳은 부산물. 음이온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산세비에리아 화분을 들여놓는 집이 늘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은 믿기 어렵지만 사실로 드러난 21세기의 추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더니 결국 ‘여기가 아닌가벼’ 식으로 말을 바꾸었고, 독재자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세운다면서 정작 자신들은 성 학대와 고문을 일삼았다. 지난주 새서 웜 바이러스가 전세계 컴퓨터 수백만대를 마비시킨 것처럼 부도덕한 전쟁은 전세계 수천만 영혼을 마비시켰다.

솔로·커플·투표 부대에 이어 이번에는 야근부대 포스터가 돌고 있다. 경영진은 ‘야근 독려’로 받아들이고, 직장인은 ‘야근 조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큰 차이다.

일부 은행들은 수수료를 인상하고, 서울시 강남구는 의회가 재산세율을 50% 내리기로 결의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응원단 치우미와 뚱보가 된 왕조현이 여전히 검색 순위 상위권에 있다.

한동안 뜸했던 이효리도 구설에 올랐다. 그녀가 최근 한 회사의 MP3폰 판매 반대 시위에 참가해서다. 다른 연예인들도 시위에 대거 참가했는데 유독 그녀가 논란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경쟁업체의 MP3폰 광고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둘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
1.이라크 포로
2.산세비에리아
3.새서 웜 바이러스
4.야근부대
5.은행 수수료
6.치우미
7.빨간 마스크
8.이효리
9.왕조현
10.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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