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문화 비평
  • ()
  • 승인 1995.07.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98호 ‘문화 비평’의 김진석 교수 글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 생각한다. 김교수는 최근의 ‘성역’ 시비가 문화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이 성당과 사찰에 난입하여 빚어진 문제의 전말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노동자의 합법적 투쟁이 정부의 맹렬한 탄압으로 궁지에 몰렸고, 그 노동자가 찾아간 곳이 교회와 사찰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성역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이다. 적어도 한국통신 사태에서만은 교회와 사찰이 ‘힘 없고 억눌린 자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사저널> 독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김교수의 ‘소외된 자’ 개념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한국통신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의연하게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격렬하게 저항하고 투쟁했다. 결국 성역 시비는 정교 갈등이었다기보다는 일부 계층과 정권 사이의 갈등이 성역 시비의 외피를 입고 나타났다고 보아야 옳을 듯싶다. 사실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 성역 시비에 대한 거론은 공허하다. 김교수는 민주주의 이면에는 진부성과 통속성이 있고, 모든 문화의 방식은 이것에 시달리며 이것을 견디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김교수의 글은 그러한 진부성과 통속성, 말하자면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김기범 (New York, NY 10016. U.S.A.)

일선 소방서장의 제안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와 그후 사고 처리는, 사고 때마다 되풀이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의 허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특히 사고 초기에 보였던 답답한 인명구조 활동은 <시사저널>에서도 지적[제298호]한 것처럼 우리 사회 구조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려면 이제부터라도 체계를 세워야 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 번째는 소방관서를 소방본부나 소방청으로 독립시키고, 두 번째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위해 재난 업무 모두를 소방관서에 맡겨야 한다. 세 번째는 부족한 인원과 장비를 즉시 보강해야 한다.

곽세근 (경기도 구리시 구리소방서장)

재난 방송 체계 빨리 세워야

<시사저널> 제298호 커버 스토리 ‘제3의 장애물, 과열 보도 경쟁’을 잘 읽었다. 올해 초 일본 고베 지진 참사 때 일본 언론이 일사불란한 체제를 가동하여 보도했음에도 일반 시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았음을 상기한다면, 이번 삼풍백화점 사고 때 우리 방송사들이 보여준 과열 경쟁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방송과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며, 하루빨리 재난 방송 체계를 세워 무질서한 혼란과 오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홍승애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빌라)

‘제3의 장애물, 과열 보도 경쟁’을 읽었다. 기사감을 발견했다 하면 벌떼처럼 모여드는 취재진과 그 속에서 무참히 피해를 보는 죄없는 시민들. 기사 내용에 모두 공감했으나, <시사저널> 역시 날카로운 고발·반성과는 달리 과잉 보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을 보여준 사진에서 그런 점을 느꼈다. 물론 사고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격을 덜 주는 사진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민경 (서울시 노원구 공릉2동 현대아파트)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