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 완성한 ‘부시의 우상’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6.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으로서 현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패권 정책의 원조 격이며, 냉전 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한 로널드 레이건(사진)이 지난 6월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93세.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옛 소련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줄기차게 반공 투쟁을 벌인 그는 만년을 알츠하이머와 싸우는 데 바쳐야 했다. 측근이 밝힌 사인은 페렴 합병증이다.

할리우드의 3류 영화 배우에서 입신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그의 정치 역정은 영광과 오욕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에게 쏟아지는 최고의 찬사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수십년간 지탱된 냉전 체제를 종식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1987년 당시 소련 대통령 고르바초프와 ‘역사적인’ 전략 무기 감축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무한 대결의 냉전 체제를 데탕트 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또 1983년부터 현 부시 정부가 힘써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원형이 되는 전략 방위 구상(SDI)을 발의해 추진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찬사 못지 않게 비난도 따라 다닌다. 그라나다 침공,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자행된 이란·콘트라 공작, 니카라과 반군 지원 등 제3 세계 국가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간섭이 모두 그의 대통령 재임 때 발생했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한 일은 1980년 민주화 열기를 짓밟고 정권을 잡은 한국의 전두환 정권을 국빈으로 초청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세기 후반부 미국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미국제일주의는 특히 공화당 계열의 정권에 의해 계승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레이건 추종자, 이른바 ‘레이거나이트’라고 평가되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한 위대한 미국인의 일생이 끝났다”라고 애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