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미래산업 사장/벤처 업계 대부 아름다운 퇴장
  • 장영희 기자 ()
  • 승인 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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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 기업인의 은퇴가 재계와 세간에서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미래산업 사장이던 정문술씨(64). 1983년부터 20년 가까이 피와 땀으로 일군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미래산업의 경영권을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장대훈 부사장)에게 넘긴 것이다.

물러나더라도 수렴청정하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의심에도 그는 쐐기를 박았다."대주주로는 남겠지만 전문 경영인을 뒤에서 조정하거나 통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고 말해온 그는최근 '멋진끝맺음은 물러날 때 물러나는 것에서비롯된다'는 소신을 실천하면서 약속을 지켰다. 두 아들이 눈에 밟히는 인간적 갈등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부전자전일까, 이해를 구하는아버지에게 두 아들은 더 큰 정신적 유산을 얻었다며아낌없이 지지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벤처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정씨는그저 물러나는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을 경영함으로써 후배 벤처 기업인에게 모범을 보인 그는 이제새로운 시도를 하려 한다.

"카네기나 록펠러가 자선의 고전적인 모델이라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는새로운 자선 복지 모델을 만들고 싶다"라고 그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따지고 보면 정사장은 돈에 포한이진 사람이다. 그는 1980년 공직 생활(중앙정보부)을 타의로 끝낸 후 사업이 실패를 거듭해 한때 가족 동반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경제적궁핍에 시달렸다. 그런 그가이제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했다.

체계적인 자선 활동을 주창한 미국의 행동주의 철학자 폴 마이어의 베풂의철학을 신봉하는 정씨는, 아직머리 속에만맴도는 '생산적 자선 모델'을 머지 않아 행동으로 감행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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