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 통과 못한 '정말 대쪽'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2.01.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들이 김성남이마저 저렇게 맛이 갔느냐고 말할 텐데 내가 어떻게 자리에 연연하겠는가.” 김성남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사진 왼쪽)는 지난 1월7일 오전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곧바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반부패 사정 사령탑으로 내정된 지 40여 일 만에, 그것도 부패 사건과 관련되었다는 구설에 휘말려 스스로 사퇴를 결심한 김씨의 표정에는 허탈감과 분노가 교차했다. 허탈감은 출범을 20여 일 앞둔 부패방지위원회 사령탑으로서 조직의 내실을 다지려고 동분서주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데서 비롯한 듯했다. 그는 자기를 윤태식씨의 패스21 주식 보유자라고 폭로한 한나라당과 실명을 그대로 실은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패방지위원장에 내정되기 10개월여 전인 지난해 2월 변호사로서 패스21 고문 직을 수락했고, 고문료 대신 스톡옵션을 받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론 재판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부패방지위원장에 내정되면서 고문 변호사 직을 사임해 스톡옵션이 무효가 되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해명이 사실일지라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반부패특별위원장으로 일하던 때 패스21 고문 직을 수락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의 자리와 역할에 걸맞게 ‘신중한 처신’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남 변호사는 1999년 초부터 지난해 9월13일까지 청와대 반부패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물론 이런 비판에 대해 그는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일했다고는 하지만 민간인 자격이었으므로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업무를 겸임해야 했고, 당시로서는 윤태식씨가 수지 김 살인범인지 몰랐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라거나 ‘몰라서’라는 말이 먹혀들기에는 이미 윤태식 게이트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터였다.


‘정말 대쪽’으로 소문 났던 김성남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가 낙마한 사태는 한국의 공직 사회에서 정도를 걷기가 얼마나 험난한지, 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