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눈치 보는 검찰 조폭과 뭐가 다른가”
  • 정희상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2.01.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DJ의 책임 전가에 후배들 분노”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업보다.” 최근 검찰 조직이 겪고 있는 수모와 위기에 대해 심재륜 전 부산 고검장(사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퇴임사에서 검란의 책임자는 정부 최고 책임자라며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그로서는 파란만장한 검찰 생활을 접으면서 나름으로 할 말이 많았던 듯하다.


그가 말하는 역사의 교훈은 YS 정권 말 그가 한보 사태 수사를 맡아 김현철씨를 구속할 당시 검찰 조직이 혼연일체가 되어 위상을 지켜냈지만 그뒤 정치 검찰이 그 교훈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고 통치권자를 지목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부 선배 정치 검사들로 말미암아 검찰 전체가 홍역을 치렀어도 젊은 검사들이 은인자중하고 있던 중에 대통령이 검찰 전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나서자 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내가 선배로서 검찰을 떠나면서 후배들을 대신해 할 말을 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 검사들을 검찰 간부로 임명하고 수족처럼 부려온 정권 핵심 세력이 검찰을 욕할 자격은 없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심재륜 전 고검장과 차정일 특검이 검사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였던 만큼 이번 특검 수사에서도 서로 은밀하게 조언하지 않았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심재륜 전 고검장은 “특별히 특검 수사 문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차특검과 나는 검사 정신으로 일맥 상통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선배인 차특검을 두고 ‘강단 있고 사심 없는 분’이라고 평했다.


“정치 중립을 잃은 검찰은 두목 눈치나 보며 서민 가슴에 못박는 폭력 조직과 다름없다.” 이같은 독설로 후배 검사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거듭 강조한 심재륜 전 고검장을 대형 로펌에서 영입하려고 애쓴다는 설이 파다하게 나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당분간 아무 데도 속하지 않고 머리 식히며 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희상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