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큰 사업’ 뒤에서 도왔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5.1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희호 여사, 김홍걸의 벤처캐피탈 설립에 ‘포스코 참여 유도’했을 수도
'홍걸 게이트’에 영부인 이희호 여사(사진)가 전면에 등장했다. 포스코 유병창 홍보 담당 전무는 5월5일 “유상부 회장이 이희호 여사의 주선으로 2000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만났다”라고 공개했다. 다음날 청와대와 포스코는 이여사가 주선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한나라당은 홍걸씨의 배후가 이여사라는 세간의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국면을 ‘영부인 게이트’로 몰고 갈 기세이다.





지금까지 홍걸 게이트와 관련해 포스코가 거론되어 온 문맥은 크게 두 가지이다.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사 여섯 곳이 최씨의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70억원이라는 고가에 샀다는 것과, 포스코가 최규선씨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철강 수입 제한 조처(세이프가드)를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와 홍걸씨는 이런 간접 관계 외에 직접 관계도 맺었다. 유전무에 따르면, 이여사는 유회장에게 홍걸씨를 만나 그에게 벤처 기업의 경영과 관련한 실전 경험을 들려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여사는 유회장에게 기업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부탁했던 것일까.


<시사저널>은 이미 홍걸씨와 최규선씨가 2000년 초에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탈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포스코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흔적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제654호 참조). 돈은 국제 금융계의 거물인 알 왈리드 왕자가 대고 포항공대가 투자 대상 벤처 회사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체계였다. 포스코와 최규선·김홍걸 씨는 이렇게 해서 투자한 벤처 회사가 좋은 실적을 올릴 경우 일정액을 포항공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한다는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논의를 진행했다.


포스코의 한 고위 인사는 “3개월간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홍걸씨측은 처음에는 2억 달러를 먼저 들여오겠다는 계획을 담은 영문 서류를 포스코 고위층에 제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홍걸씨는 유회장을 만난 1주일 뒤 이전영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을 만나 벤처캐피탈 회사 설립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홍걸씨와 포스코가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으려 했던 과정에 이여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들 문제 거론하자 화 내며 일축


여권 내에서 이여사가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터진 옷로비 사건 때부터이다. 당시 여권 일각에서는 이여사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다가 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해 말부터 증권가 등에서 이여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황용배 전 마사회 감사·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 등 이여사와 남다른 관계인 사람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영부인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여사가 유일한 혈육인 홍걸씨를 감싸고 돈 것이 그에 대한 견제를 불가능하게 만든 핵심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이여사는 정권 초반기에 청와대를 찾은 재야 인사들이 아들 문제를 거론하자 화를 내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