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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우 감독 <트라이어드>

노순동 기자 ㅣ soon@sisapress.com | 승인 2000.03.3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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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국 격변기 상하이를 배경으로 열네 살 소년의 눈을 통해 검은 조직의 생리를 그린 느와르 <트라이어드>는 여러 영화제에서 후보로 지목되었으나, 장이모우의 작품치고는 이례적으로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후속작인 <책상 서랍 속의 동화>보다 늦게 극장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하이 ‘그린’ 조직의 대부 당나리(리바오티엔)는 아편 거래와 매음굴을 손에 쥐고, ‘가무의 여왕’ 보배(공리)를 정부로 거느리고 있는 인물.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조직은 쑥대밭이 되고, 수뇌부만 겨우 죽음을 모면한 채 외딴섬으로 급히 몸을 피한다. 이야기는 3개의 축으로 흘러간다. 배신자가 드러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갈등하는 보배의 모습, 이들을 바라보는 소년 슈셍의 눈. 카메라의 주 피사체는 보배다. 화려한 클럽 생활에 익숙한 그녀는, 앞날에 대한 불안과 섬 생활의 무료함을 잊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하지만 평범한 삶에 대한 질투와 부주의한 태도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배신자가 드러나고, 보배가 회한으로 몸무림치며 파멸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검은 조직의 암투와 치정이라는 얼개만 놓고 볼 때 주제는 진부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손길과 표정은 여전히 새롭다. 특히 장르 관습이 우세한 느와르에 자신의 체취를 담을 줄 아는 고집과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서 만개한 소박한 리얼리즘의 싹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트라이어드>(1996년)는 양식 면에서, 현란한 형식미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초기 <붉은 수수밭> <홍등> <국두>와 (비록 제작 연도는 앞섰지만) <귀주 이야기>(1992년) <인생>(1994년),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8년)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후반부에 섬의 물결과 바람결을 담아내는 솜씨는 ‘무기교의 기교’라고 부를 만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를 배경으로 섬 여인과 대화하는 장면은, 자연에 대한 묘사로 마음을 대신하는 동양 시의 전통을 떠올리게 만든다.

<트라이어드>의 보배 공리는, 중국 영화의 보배이기도 하다. 영화는 간결체로도 얼마든지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많은 부분이 공리에게, 특히 그녀의 표정에 빚지고 있다. 역사의 격랑에 휩쓸리면서도 소박함을 잃지 않는 부부의 40년을 담담하게 따라갔던 <인생>, 지방 관리에게 부당하게 매를 맞은 남편의 억울함을 억척스럽게 따지고 들던 <귀주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라면, 차갑고 분열적인 클럽 여가수를 통해 공리의 연기 폭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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