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철옹성의 인질극<더 록>
  • 전찬일 (영화 평론가) ()
  • 승인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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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코너리·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더 록>/탄탄한 구조 돋보이는 오락물
 
<더록>은 폐쇄된 지 33년이 흐른 지금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철옹성 같은 요새로 기억되고 있는 앨카트래즈 감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블럭버스터(할리우드 대형 오락물)이다. ‘더 록’은 그 미국 연방 형무소의 별칭. 실재했던 감옥을 무대로 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앨카트래즈 탈주>(79)나 <빠삐용>(73) <쇼생크 탈출>(94)처럼 실화에 근거한 감동적인 탈옥담은 아니다. 냉전이 끝나 외부의 적이 사라진 요즘, 할리우드가 유행처럼 만들어내고 있는, 내부의 적을 다루는 일련의 작품들과 맥을 같이하는 액션 드라마이다.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한 군인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호소하다 묵살되자, 미국 해병 여단장 허멜 장군(애드 해리스)은 해병대 특전단을 규합해 앨카트래즈 섬을 장악한다. 그리고 관광 중인 민간인 81명을 인질로 삼아 40시간 이내에 1억달러를 입금하라고 요구한다. 불응할 경우 피부를 일그러뜨리며 7초 내에 사람을 즉사시키는 살상용 액체 화학가스 VX가스가 실린 미사일 15기를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위협한다.

이에 그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두 사람이 발탁된다. 생화학 무기 전문가인 FBI 요원 스탠리 굿스피드(니콜라스 케이지)와 앨카트래즈를 탈옥한 3인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30여 년간 독방에 수감되었던 영국 첩보원 출신 죄수 존 메이슨(숀 코너리).

주인공들의 성격 포착에는 실패

<더 록>의 강점은 우선 이와 같은 극적 이야기 요소와 구성이다. <트위스터>나 <인디펜던스 데이>의 가공할 특수 시각 효과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나 <이레이저>의 아놀드 슈워츠제네거 같은 세계 최고의 초특급 스타는 없지만 탄탄한 극적 성격을 갖추고 있다. 고전적 할리우드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뚜렷한 개성을 지닌 세 가지 캐릭터와 그 역을 연기하는 명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다. 특히 허멜 장군은 악역이기는 하지만 명백한 대의 명분과 정의감을 지닌 카리스마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어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는 내부의 적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데까지 나아간다.

흥미롭게도 <더 록>은 액션이 중심이 된 드라마이면서도 존 메이슨의 비밀과 관련해 색다른 설정을 해놓고 있다. 그가 죄인인 이유는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그 가운데 하나가 J.F.케네디 암살 진범을 알고 있다는 것.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러한 ‘비공식적’ 상황 설정은 단순한 흥행 오락물을 만드는 할리우드의 영화 만들기 전략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는 것이 그들의 상술인가, 비록 돈만이 목적인 영화를 만들면서도 반정부 또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려는 노력인가. 어쨌든 활극 무용담 속에서 미국 정부, 특히 대통령과 FBI 국장의 비도덕성을 시사하는 상황들이 간간이 등장해 생각할 거리가 제공되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너무 순박한 평가일까.

<더 록>은 결점 또한 두드러진다. 지나친 긴장감을 주는 것이 가장 큰 결점이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약 2시간 동안 계속 강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그 결과 좋은 드라마라면 의당 타야 할 리듬이 부족하다. 완급을 조절하지 않아 관객에게 숨돌릴 겨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블럭버스터의 강점이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라 할 때, 이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특성을 마음껏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액션에 치중함으로써, 성격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심 캐릭터들 사이에 심리적 갈등이나 대결 따위를 소홀히한 것이다. 총격이나 활극이 아니라 그들의 두뇌 플레이에 좀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터이다. 관객에 대한 서비스였겠지만, 가령 메이슨과 경찰 사이의 과도한 자동차 추격 장면처럼 극의 흐름에 별 상관 없는 상황들에다 필요 이상으로 안배한 것 역시 서툴러 보인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더 록>은 1급 드라마가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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