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2회 서울 국제 독립영화제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2.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 일본 ‘뉴웨이브’ 등 50편 상영
오는 3월6∼13일 서울 종로 시네코아 극장과 코아아트홀에서 제2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SIIFF)가 열린다. 서울국제독립영화제는 독립 영화인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행사로 95년 동숭시네마테크에서 첫선을 보였다. 제1회 영화제는 유럽 지역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특히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소개해 이란 영화 붐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격년으로 개최할 예정이던 영화제가 3년 만에 열린 데는 사연이 많다. 조직위원회가 부지런히 해외 영화제를 누비며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워낙 여건이 열악했던 것이다.
‘뮤직 & 시네마’ 부문에 화제작 풍성

이번에 소개되는 단편 영화들은 실험성과 사회 비판 의식이 돋보인다. 특별 상영 프로그램으로 일본 뉴 웨이브와 뮤직 & 시네마 부문을 마련해 주제별 집중도를 높였다. 상영 작품은 50편이다.

개막 작품으로 정해진 재일 동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93년 발표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최감독은 한·일 독립 영화 심포지엄에 참석해 일본의 영화 현실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식 상영작은 세계 양대 단편 영화제인 독일의 오버하우젠과,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출품작 가운데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 40년 동안 인공 호흡기로 연명하면서도 정상인 못지 않은 창작 활동을 펴온 시인 겸 저널리스트 마크 오브라이언에 관한 다큐멘터리 <마크 오브라이언>, 자신이 그린 만화에 반해 작품 속으로 들어간 만화가를 그린 <쇼크> 등 해외 작품 스물세 편이 소개된다. 국내 작품은 98년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서 최우수 창작상을 공동 수상한 김진한씨의 <햇빛 자르는 아이>와 본선 진출작 <과대망상>, 서울 단편 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송일곤씨의 <간과 감자> 등 여섯 편이 상영된다.

일본 뉴 웨이브 부문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래머의 추천으로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작품 열 편을 골랐다. 대표작은 <그림 속 나의 마을>. 96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자연과 교감하며 자라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유년기를 환상적으로 터치해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 <이웃집의 토토로>에서 펼쳤던 것과 같은 서정적인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다.
음악 다큐멘터리를 모은 뮤직 & 시네마 부문에도 화제작이 몰려 있다. 중국의 6세대 감독인 장유엔의 <북경 녀석들>은 중국 록 가수 최 건의 음악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최 건이 직접 제작을 맡았다. 이외에 너바나·펄 잼 등 80년대 시애틀에서 활동한 얼터너티브 밴드들을 통해 미국 록 문화를 조명한 <하이프>, 이스라엘 민중 가수 제하바 벤의 96년 중동 순회 공연을 기록한 <외로운 별 제하바 벤>, 한국 지하철 노조가 만든 록 밴드 ‘지철 밴드’의 활동을 담은 <전선은 있다> 등 일곱 편이 상영된다.

뉴 디스커버리 부문은 최근 제작된 영화 가운데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정했다. 가상 현실 산업의 현재를 추적한 <가상 현실>은 파격적인 형식이 돋보이며, 소련의 전설적인 록 가수 빅토르 최가 주인공을 맡은 <이글라>는 옛 소련에서 관객을 1천5백만명 동원한 화제작이다. 배경윤 감독의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은 한국 영화치고는 드물게 에이즈 문제를 소재로 했을 뿐 아니라, 감독이 제작 연출 각본 촬영 편집을 맡아 저예산 장편 영화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