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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의〈頭師父一體(두사부일체)〉

ㅣ 승인 2001.12.23(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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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카리스마로 조직에서 떠오르고 있는 서울 명동파 두목 계두식(정준호). 명동을 접수한 그는 조직 수뇌부 회의를 갖는다. 하지만 인터넷·e메일 등 회의에서 나오는 말을 아무 것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는 초라해진다. 울적한 마음에 부하들과 술을 먹는데 물정 모르는 부하 대가리(정운택)가 "아, 형님 되게 무식하시네"라고 그를 놀린다.


화가 난 두식은 대가리를 흠씬 두들겨 팬다. 대가리를 팬 뒤 그는 부하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나 학교에 간다." 부두목 김상두(정웅인)와 대가리는 구역 내의 단란주점 2개를 팔아 사립 고등학교에 기부금을 내고 두식을 편입시킨다.


두식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동전 2개로 교복 바지의 각을 잡고 머리를 빗는 등 아이처럼 설렌다. 드디어 학교로 간 두식. 하지만 어떻게든 졸업장을 따려는 그에게 학교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깡패 급우에게 위협을 당하며 두식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낸다.


겨우 고등학생 생활에 적응해 가는 두식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바로 옆자리 윤주(오승은)가 좋아진 것이다. 화장기 없는 청초한 얼굴에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윤주의 모습에 두식은 빠져든다. 그런데 윤주가 학교측의 비리를 상급 기관에 제보하고 퇴학을 당한다.


김영진 ★ 5개 중 3
위험한 유머로 폭력의 뿌리 찾기





〈두사부일체〉의 설정은 기발하다.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가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는 발상에는 누구나 무릎을 칠 것이다. 정준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계두식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들어간 학교에서 팔자에 없는 공부를 하면서 말 못할 수난을 겪는다.


계두식은 자신이 무식한 부하들을 다스리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스림을 당한다. 힘 없는 자가 힘 있는 자에게 눌리는 이 폭력적 상황,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폭력을 통한 지배와 눌림뿐이라는 이 사회의 작동 원리를 빙 둘러 가리킴으로써 이 영화는 웃음을 준다. 이를테면 계두식이 학교 양아치들에게 걸려 김흥국의 노래와 율동을 어색하게 흉내 내는 모습은 가관이다.


그때부터 〈두사부일체〉는 풍자와 계몽정신과 감상주의가 엇갈린 채로 갈지자걸음을 걷는다. 처지가 뒤바뀐 폭력적 상황을 희화화해 웃음을 주던 영화는 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는 제도 교육의 복판으로 이야기의 초점이 옮겨가면서 가끔 의젓해지고 톤도 감상적으로 바뀐다. 영화는 서서히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주먹을 지닌 계두식이 과연 언제 폭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폭력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조폭 두목이 가장 합리적인 질서로 지탱해야 할 학교 제도의 복판에서 폭력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클라이맥스가 치닫는 것이다.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계두식은 무법 천지인 학교에서 폭력으로 정의를 세우는 영웅이 된다. 조폭을 희화화하며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 질서를 풍자하던 영화가 궁극에는 수단이자 목적으로서의 폭력을 예찬하는 위험한 지점에 착지하는 것이다. 낄낄거리며 웃고 돌아서게 만드는 이 영화의 유머와 개그는 위험한 지뢰밭이다.


교육 제도의 권력에 과녁을 둔 〈두사부일체〉의 직설 화법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뻔뻔하게 여겨진다. 꽤 웃겨주고 나서 조폭의 주먹 힘으로 해피 엔딩을 맞는 결말부에 팡파르를 울리고 현실이 이렇게 풀렸으면 좋겠다고 능청을 떤다. 이같은 해결 방식은 여하튼 코미디의 틀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우리 마음에 내재한 파시즘적 충동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감상적인 사회 비판 의식과 신파조 시선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사부일체〉는 들쭉날쭉하는 완성도나 위험한 해결 방식과 상관없이 꽤 강력한 현실 환기력과 웃음이 있다.


심영섭 ★ 5개 중 2½
코미디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조폭이 수학 여행을 갔다. 조폭이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조폭이 스님들과 '맞장'을 떴다. 그렇다면 조폭들에게 남은 마지막 임무는? '그래, 나 또 조폭이다'라고 아예 처음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두사부일체〉는 귀신이 횡행하던 학교에 주먹들을 들어앉히면서 사회적 문제까지 다루어 보겠다며 야무진 포부로 교문을 들어선다.


학교는 이제 조폭 두목도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폭력들이 판을 치고, 교장은 조폭보다 더 야비한 방식으로 아이들과 선생들을 착취한다. 최근 한국 조폭 영화의 조폭들은 게임의 법칙을 체화하는 대한민국의 암흑 계층이나 신비화한 폭력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못 배우고 막되먹은 보통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만만하게 느끼는 일탈의 주체가 되었다. 이런 경향은 〈두사부일체〉에서 정점을 이룬다. 조폭들은 인터넷 다음 카페를 자신들의 무슨 구역 정도로 여기고, e메일 주소를 부탁받자 집주소를 불러제낀다. 체면 치례 할 것 없이 무조건 관객들을 웃겨 보려는 〈두사부일체〉의 슬랩스틱은 눈물겹고 구식이지만 원시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아마 이즈음에서 그쳤더라면 〈두사부일체〉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한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닫힌 교문을 열며'의 '조폭 버전'이라도 되는 듯 슬슬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일단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지독한 학벌주의 사회인가 하는 점을 부각하며 이를 웃음의 노리개로 삼으려 든다. 조폭도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출세하고, 조폭도 머리에 든 것이 있는 척해야 대접받는다.


그리하여 영화가 마침내 조폭들이 들고 일어나 학교를 접수하겠다고 서로 편싸움을 벌일 때, 그것을 지켜 보면서 오히려 박수를 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무슨 정의파의 화신처럼 그려질 때 갑자기 〈두사부일체〉는 코미디가 아닌 무슨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마냥 현실감이 증발해 버리는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그것은 학벌 지상주의를 넘어선 〈두사부일체〉가 전해주는 맥 없는 패배주의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자행되는 폭력은 더 큰 폭력으로밖에 진압할 수 없다는….


〈두사부일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억압이 공포의 근원이 될 수도 있지만, 웃음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두사부일체〉의 매력은 우툴두툴 튀는 다른 장르 간의 결합을 시도한 주제 의식에 있다기보다는 정 트리오(정준호·정웅인·정운택)의 진심 어린 웃음 공세와 몸을 사리지 않는 캐릭터의 매력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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