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술독에서 걸작 건진 천재들

알렉상드르 라크루아 지음 <알코올과 예술>

강철주 편집위원 ㅣ kangc@sisapress.com | 승인 2002.11.18(Mon) 00:00:00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글줄이나 쓴답시고 술이나 퍼마시고….” 예술가에 대한 낭만적 존경과 현실적 모멸감은 흔히들 술에서 ‘어긋나게’ 만난다. 술은 그들에게 때로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지만, 때로는 인간 말종의 가장 확실한 표지가 되기도 한다. 예술의 신화를 믿는 이들에게 술은 신의 축복이지만, 건실한 생할인들에게 그것은 심각한 ‘인간적’ 결격 사유의 한 징표가 된다. 같은 술 마시고 비슷한 사고 치더라도 대접이 다르다.






술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묘약이 되지만 때로 파멸의 독약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젊은 작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의 <예술가와 알코올>(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은 술 마시는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도취와 몰두’의 취기가 문학과 음악과 미술에 창작의 묘약으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예술가의 재능을 하릴없이 탕진하는 파멸의 독약으로 작용했는지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작가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술의 도움을 받아 재즈 연주자처럼 즉흥적 글쓰기를 추구했던 잭 케루악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술에 취해 책상에 앉을 것을 권고했다. 만취한 다음날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가졌던 프랜시스 베이컨은 보름 동안 만취와 숙취를 거듭한 끝에 걸작을 완성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하루에 포도주 6ℓ를 마셔 가며 글을 쓰기도 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만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썼던 앙투안 블롱댕은 술이 좋아 생의 마지막 20년을 절필했다.



이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글을 쓰기 위해 유기체의 기계 장치를 고장내야 하고, 자아를 살짝 흔들어놓아야 하며, 균열을 키우고 그 흔적을 쫓아야 하는’ 예술가의 운명에 술의 개입은 필연적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들에게 술은 진부한 일상을 떠나 ‘인공 낙원’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된다. 술에 절어 자기 파멸의 길을 걸었던 알려지지 않은 천재들에게는 ‘인공 지옥’이지만.



술독에 빠진 예술가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독자라면 제법 진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예술이 재능이 아니라 노동의 산물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가슴을 찢는 지독한 갈증’은 술이라야 비로소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아마도 생각이 다르지 싶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Culture > 사회 > 포토뉴스 2018.11.20 Tue
[동영상뉴스] 새 수목드라마 대전 '붉은달 푸른해 VS 황후의 품격'
정치 2018.11.20 Tue
美 정치의 금기 넘보는 한인들의 도전(上)
정치 2018.11.20 Tue
美 정치의 금기 넘보는 한인들의 도전(下)
정치 2018.11.20 Tue
“당선 아니었어?” 한국과 다른 미국 선거 제도
사회 2018.11.20 Tue
[대입제도 불신①] “학종은 괴물”…숙명여고 사태 후 확산되는 수능 확대 요구(上)
사회 2018.11.20 Tue
[대입제도 불신②] “학종은 괴물”…숙명여고 사태 후 확산되는 수능 확대 요구(下)
사회 2018.11.20 Tue
[대입제도 불신③] 정권 따라 요동친 입시제도, 학생·학부모 갈팡질팡
연재 >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2018.11.20 Tue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문학은 여혐해도 되나?
사회 > 지역 > 호남 2018.11.20 Tue
“한 공장에 관할지자체가 3곳?”…율촌1산단 경계조정 20년째 제자리
연재 > 김남규의 직장종합영어 2018.11.20 화
[김남규의 직장종합영어] 영국서 CEO와 매니징 디렉터는 같은 뜻
LIFE > Sports 2018.11.20 화
‘새 야구장 명칭’ 놓고 또 갈라진 창원과 마산
사회 2018.11.19 월
‘성소수자 해군 성폭행’ 무죄…“재판부가 가해자다” 거센 반발
사회 2018.11.19 월
추락사한 인천 중학생, 학교의 사전조치는 없었다
LIFE > Health 2018.11.19 월
20∼30대 4명 중 1명, ‘고혈압 전(前)단계’
정치 2018.11.19 월
이재명이 다시 지목한 ‘저들’은 누구?…더 모호해졌다
정치 > 경제 2018.11.19 월
예스맨 홍남기 ‘경제 원톱’, 친문맨 김수현 ‘히든 원톱’
정치 > 경제 2018.11.19 월
김수현·김기식 몸만 풀어도 ‘벌벌’ 떠는 재계
경제 2018.11.19 월
“알뜰폰 고사시키는 이통3사의 탐욕 막아야”
경제 2018.11.19 월
“저소득층 할인 못 받은 통신요금만 700억대”
OPINION 2018.11.19 월
[한강로에서] 정치의 중심에서 막말을 외치다
정치 > 경제 2018.11.19 월
[단독] 망가진 국가회계 시스템, 6년간 결산 오류 65조원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