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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대학, 날개가 없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ㅣ 승인 2002.12.16(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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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의 유머 한 토막. 02학번, 이른바 ‘이해찬 1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학력이 낮은 세대요,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03학번은 역사 이래, 내년 수능시험의 주인공 04학번은 선사 시대 이래 가장 학력이 낮은 세대라고 한다.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그에 비례하여 우리 대학생들 학력은 날개조차 없이 추락하고 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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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휴학생
수는 갈수록 늘고, 취업과 ‘무관’한 전공은
머지 않아 고사할 위기에 놓였다. 지금처럼
대학이 무력감을 느낀 적은 없는 듯하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입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입시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초과했다지만, 원하는 대학의 유망한 전공을 선택하기는 예전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벌써부터 재수는 필수요 삼수는 선택이라고 하지 않던가.



굳이 전문가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은 성취적 지위의 성격을 벗어나 귀속적 지위로 변화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무색해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에 있는 명문 대학 입학생 가운데 강남 지역 신흥 명문 고교 출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서 ‘용의 출신 성분’이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 사회에서도 고등 교육이 대중화하면서 엘리트주의가 강화되는 자본주의 교육의 아이러니가 그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다. 학력 인플레이션 또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은 물론, 명문 대학 졸업장이 우리 시대 ‘문화 자본’의 총아로 자리매김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와중에서 대학 또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요즘 대학은 이미 예전의 대학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서 수시로 신입생 전형을 실시하라는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수치화·표준화하여 우수 학생을 입도선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 홍보 및 우수 학생 유치가 교수의 주요 업무로 떠올랐고, 해당 대학 교수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입시 전형은 복잡해져만 가고 있다.



수험생 처지에서는 선택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수능 성적에 따른 대학 줄 세우기 관행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험생에게 부여된 선택의 기회란 ‘무늬만’ 현란해졌을 뿐이다. 눈치 작전은 더욱 정교해지고 요행에 대한 기대 수준 또한 더욱 높아지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수험생은 울고 대학생은 통곡하니…



천신만고 끝에 고등학교 3년을 거쳐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자. 모집단위 광역화 정책에 따라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들은 또 한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전공 선택이 그것이다. 일단 대학에 붙고 보자는 심사에 수능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전공을 선택할 때 예기치 않은 좌절을 경험한다. 좌절의 내용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는 무기력에서부터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황당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대학 4학년이 되면 스스로를 ‘死학년’이라고 칭하는 것이 요즘 풍속도이다.



대학이 상아탑의 고고함을 털어버리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요구하는 인력을 키워내는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마음은 없다. 문제는 계속된 교육 정책 실패로 인한 부담이 고스란히 대학 어깨 위에 부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교육비 절감을 목표로 입시 정책을 바꿀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창출되는 악순환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해온 결과, 지금 대학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대학이 자존심을 뒤로 하고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휴학생 수는 늘어만 가는 현실 앞에서, 취업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전공은 머지 않아 고사할 위기에 놓인 현실 앞에서, 더불어 대학 사회에 불어닥친 ‘구조 조정’과 전가의 보도로 작용하고 있는 대학 평가의 회오리 앞에서, 대학과 교수 모두 이토록 극심한 무력감을 느낀 적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듯하다. 교육부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前) 대통령 후보를 향해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음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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