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심의 달인, 패러디 지존 깨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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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디시폐인들과 토론 대결에서 압승
오크의 입심은 셌다. 오크는 디시폐인이 붙여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사진)의 애칭. 지난 11월6일 저녁 6시, 정치를 KIN(KIN을 옆으로 눕히면 ‘즐’자가 된다)하는 디시폐인들이 오크 전여옥 대변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시사 패러디의 지존들과 토론의 달인이 벌인 세기의 대결은 우문현답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반오크 정서로 뭉친 디시폐인들은 질문하다가 흥분했고, 흥분해서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반면 전여옥 대변인은 메모지와 볼펜만 들고 2시간30분간 달변을 쏟아냈다. 치열한 설전이 오고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회자 최태용씨(37)나 패널 nblue(30·디시폐인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다)와 TiRPiTZ(31)은 공격적인 질문을 삼갔다.

토론 마지막에 관객들과 직접 벌인 자유 토론에서 디시폐인은 반오크 정서를 숨기지 않았다. ‘무식하고 뻔뻔한 아줌마 전여옥’이라는 안티 사이트의 한 회원은 “아줌마라고 불러도 되죠? 오늘 토론을 보니 왜 전여옥 아줌마한테 안티팬이 많은 줄 알겠네요. 초등학교 교과서 같은 답변으로 일관하네요”라며 질문을 시작했다. 순간 전여옥 대변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폐인은 “한나라당이 차떼기 당이라는 것이 왜 모욕이냐? 강도를 강도라고 부르는 것이 왜 모욕이냐?”라며 따졌다. 전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충분히 반성했고 과거의 일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엄격히 말하면 차떼기의 원조는 권노갑씨다”라고 되받아쳤다.

전대변인은 간담회에서 동료 의원들에 대한 평가도 내렸다. 박근혜 대표와 김문수 의원을 가장 존경하는 의원으로 꼽았고,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과는 국가보안법 존폐를 놓고 끝장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여옥 대변인 하면 ‘관습적’으로 떠오르는 유시민 의원에게는 포용성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새 맞수 정청래 의원에게 일격 당해

그런데 이 날 유시민 의원말고도 전여옥 의원 하면 떠오를 새 맞수가 등장했다. 디시폐인과 맞장 토론을 벌이기 전에 전여옥 대변인은 SBS <시사 진단>을 녹화하고 왔다(11월7일 일요일 오전 7시30분에 방송되었다). 1 대 1로 벌어진 토론의 상대는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 전대변인은 정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정청래 의원은 전대변인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기고한 글과 발언을 근거로 시종일관 몰아붙였다. 토론 마지막에 전대변인은 정청래 의원을 ‘정창래 의원’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의 입심 뒤에는 네티즌이 있었다. 정의원은 열린우리당과 자신의 홈페이지, 서프라이즈, 노사모, 국민의힘 등에 전대변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올려 달라는 글을 남겼다. 반오크 정서로 뭉친 안티팬들이 정의원 글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고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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