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알고 다니자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
  • 승인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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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용하면 호흡기 질환 발생 위험”…소독 약품이 원인
로마 시대에 문화인으로 인정받으려면 학문적 소양과 수영 능력을 겸비해야 했다. 수영은 별다른 기구 없이 몸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신체를 무리하지 않으면서 심폐 기능·유연성·지구력 등을 길러주는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같은 혜택을 1년 내내 누리기 위해 실내 수영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내 공기와 물의 순환이 제한되는 실내 수영장에는 강이나 바다와 달리, 이용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많이 숨어 있다.

최근 실내 수영장을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서 기도(氣道) 염증과 천식 증세가 많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수영을 통해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리라고 기대하던 부모들에게는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스웨덴 연구진, 어린이 대상으로 수영장 유해성 조사

그런데 실내 수영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암시하는 새로운 증거가 다시 나왔다. 스웨덴의 우메오 대학 연구진은 최근 실내 수영장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어린이들은 기도의 염증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폐 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메오 지역에 사는 10~11세 어린이 57명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오존 농도 수준을 보인 야외에서 두 시간 동안 뛰어놀게 했다. 오존은 호흡기계를 자극하는 오염 물질인데, 천식 증세를 악화시키고 폐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어린이들의 상태를 분석한 결과, 운동 전후 어린이들의 폐 기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전부터 적어도 한 달에 한 시간 이상 실내 수영장을 다닌 어린이 34명에게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클라라’ 세포에서 나오는 특수한 단백질의 농도가 실내 수영장을 다니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클라라 세포는 기도의 손상을 막아주는 ‘보디가드’인데, 여기에서 나오는 단백질 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기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내 수영장을 자주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왜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을까? 연구진은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 사용되는 염소(chlorine)는 수영자의 소변과 땀, 기타 유기물과 반응해 삼염화질소라고 하는 휘발성 부산물을 발생시키기 쉬운데,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클라라 세포 단백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인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해석했다. 실내 수영장을 자주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천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가장 확실한 대안은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염소로 소독하지 않고, 비록 비용이 더 들지만 인체에 해가 없는 소독법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환기가 잘 되도록 해서 유해한 화학약품 가스가 실내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수영장 이용자는 물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물 속에서 소변을 보는 일이 없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같은 요건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천식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수영장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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