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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오래 치다 ‘손병’ 날라

손 혹사하면 ‘손목터널증후군’ 생겨…바른 자세·적절한 휴식으로 예방 가능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ㅣ 승인 2005.01.24(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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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로베르토 슈만,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슈만,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의 공통점은? 주옥 같은 곡을 남긴 서양 음악가라는 이야기는 접어두고,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두 개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바로 ‘피아노’와 ‘통증’이다. 그들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절정의 테크닉을 얻었지만, 손가락과 팔을 혹사해서 생긴 통증과 부상 탓에 적잖은 아픔과 좌절을 경험했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그들은 건염, 손목터널증후군, 국소근육긴장이상 등으로 고생했던 것이다.

피아노 연주자를 비롯한 많은 악기 연주자가 겪고 있는 이같은 통증은 ‘반복사용긴장성손상증후군(Repetitive Strain Injury)’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이 대표적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 내의 정중신경에 압박이 가해져서 발생하는 말초신경 질병으로, 손가락이나 팔을 지나치게 반복해 사용하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정중신경은 팔과 손목터널 안을 통해서 손가락까지 뻗어 있는 신경으로, 엄지손가락의 몇몇 움직임을 제어하고 엄지와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그리고 약지(넷째손가락)의 절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적절한 몸의 움직임이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손과 손목을 계속 움직이면 손목터널이나 그 주변의 세포들이 부풀어 올라서 정중신경을 압박한다. 그렇게 되면 손과 손목에 통증이 나타나고, 마비된 듯 뻣뻣하고 곱은 느낌도 든다.

손과 손목에 ‘부목’ 대어주면 치료 효과

악기를 연주하거나 타이핑하면서 손목을 구부려 손가락을 움직일 때, 드릴이나 연마기 같은 진동 공구를 장시간 사용하거나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는 것처럼 힘주어 손목을 비트는 움직임을 오랫동안 반복할 때, 뜨개질이나 바느질 혹은 부자연스런 자세에서 손목에 강한 힘을 주어 물건을 쥘 때, 손목을 구부리고 잠을 자는 자세가 반복·지속될 때 손목터널증후군이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밤에 잘 때 손과 손목에 ‘부목’을 대어주는 것이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진은 손목터널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자동차 조립 공장 노동자들에게 손목을 반듯한 자세로 유지하기 위해, 6주 동안 손목과 손에 부목을 대고 자도록 했다. 그 결과 부목을 한 실험군에서 부목을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석 달 뒤 손·손목·팔꿈치·팔뚝의 통증이 현저히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증상이 많이 진전된 사람에게서는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부목의 ‘약발’에도 시기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 증상을 자각하고 조처를 취할수록 증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고, 정중신경의 영구적인 손상도 막을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절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반복적으로 손가락이나 손목을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틈틈이 쉬면서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면 손목터널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물건을 집는 자세는 손목에 무리를 주므로, 손 전체로 물건을 쥐도록 노력한다. 손이 욱신거리고 손목이 저려온다면 잠시 컴퓨터 앞을 떠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공구를 손에서 놓고 휴식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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