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하고 예뻐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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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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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본체 ‘슬림화’ 가속…케이스 형태·소재·색상도 ‘업그레이드’
컴퓨터의 두뇌,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 왔다. 본체 케이스 역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끊임 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컴퓨터를 사기 전 기능과 용도를 주로 검토했다면 이제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 바로 디자인이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PC 제조업체들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디자인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일반 CRT 모니터가 빠르게 LCD 모니터로 대체되면서 본체 역시 LCD의 날렵함에 버금가는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디자인 업그레이드와 맞물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멋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최근의 본체 디자인은 ‘얇고 새롭게(Slim & New)’로 정의될 수 있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상이다. 지난 몇년간 컴퓨터 케이스는 베이지색 한 가지 종류에서 회색·은색 계열 등으로 바뀌어 메탈릭한 분위기를 선보이고 있다. 단조로운 단색 대신 짙은 회색과 밝은 회색으로 투톤 처리를 하며 고급스러움을 꾀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검정 등 강렬한 색상을 선호하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소재 역시 새로워지고 있다. 고급형 노트북에서만 사용되던 마그네슘·티타늄·알루미늄 등이 등장하면서 가볍고 강력한 케이스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형태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필수로 여겨왔던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CD-RW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CD를 세로 방향으로 장착하는가 하면, 딱딱한 직육면체를 벗어나 고급 가전제품처럼 중간 부분을 돌출시키거나 모서리가 둥그스름한 형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 일부 고급형 제품에는 전면부에 LCD를 장착해, 컴퓨터의 동작 여부는 물론 내부의 온도까지 표시해 주기도 한다.

국내의 슬림화 바람은 이미 몇 년 전 휴렛패커드와 컴팩이 두꺼운 백과사전 정도 크기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삼성·삼보 등 업계 선두 주자들이 앞다투어 슬림PC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의 매직스테이션 Q시리즈는 디자인 변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이지만, 뛰어난 디자인과 말끔한 마감으로 인테리어 효과가 높다. 삼보의 드림시스 슬림PC는 아예 기존 본체 크기를 절반 이하로 줄여 일반 책상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본체가 클수록 성능도 좋다는 고정 관념은 깨진 지 오래이다. 오히려 본체가 크면 내부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팬의 갯수가 많아져 소음이 커진다. 요즘 컴퓨터는 크기를 최적화하는 동시에 소음을 줄이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케이스는 선풍기 형태의 회전식 냉각팬 대신 무소음 냉각 코일 방식의 냉각기를 부착하기도 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기존 대비 40~60%의 소음 감소 효과를 거둘수 있어 심야 작업이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혹시라도 크기가 줄어들면 이에 비례해 확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USB를 사용해 외부 장치로도 PC 성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 신형 본체들은 전면부에 프린터·스캐너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USB 포트와 스피커 마이크 잭을 배치하고, 또 일부 제품은 캠코더에 연결할 수 있는 IEEE1384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확장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베어본 PC’도 눈길을 끌고 있다. 베어본 PC란 메인 보드와 비디오 카드, 사운드 카드 등을 작은 케이스에 담아놓은 반제품 컴퓨터로, 사용자가 원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하드 디스크를 장착해서 조립하는 제품이다. 베어본 PC는 각각의 부품을 따로 구입해서 조립하는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베어본 PC는 크기가 기존 컴퓨터 케이스의 25~30% 정도에 불과해 컴퓨터의 활용 폭을 넓혀준다. 예컨대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디빅스(DIVX)영화를 텔레비전과 연결해서 감상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내부에 HDTV 수신 카드를 장착해, 고가인 HDTV 셋톱 박스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들 제품에 오디오 5.1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 카드를 추가한다면 값싸게 PC 홈씨어터를 꾸밀 수 있어서, 마니아들은 거실용 컴퓨터로 베어본 PC를 적극 추천하기도 한다.

같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성능의 컴퓨터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천편일률적인 베이지색 디자인의 본체를 버리고 싶다면 케이스부터 잘 선택하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즐거움이 훨씬 커질 것이다. 곽동수 (한국싸이버대학교 교수) 컴퓨터야, 007 가방이야? 본체 디자인 ‘엽기 시리즈’
본체 디자인 변화에는 엽기 열풍까지 가세하고 있다. 각종 LCD를 장착해, 전원을 켜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처럼 반짝이는 독특한 케이스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낡은 사과 상자나 라면 상자, 007 가방에 이르기까지 자작 엽기 케이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oreaMOD(http://www.koreamod.com/)를 방문하면 튜닝 케이스 갤러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독특한 본체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해외의 엽기 케이스를 살펴보려면 PCE xtreme. net (http://www.pcextreme.net/)를 찾아보자. 특별한 본체로 만들고 싶지만 직접 가공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이라면 전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중 ‘튜닝 케이스’를 구입하면 된다.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가공해서 판매하는 제품도 많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본체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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