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편한 세상 상상 초월하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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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시대’ 여는 신기술 가전 제품들
도시인들의 일상을 생각하면 유비쿼터스 시대가 코앞에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자는 오늘 아침 집에서 컴퓨터가 내장된 냉장고와 자동 열쇠를 이용했고, 출근길에 휴대전화를 썼다.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로 기사를 쓰고 e메일을 주고받았으며, 은행에서는 단말기를 활용해 돈을 인출했다. 제3의 물결은 더욱 빠르고 숨가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6월12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라이프 생활전’은 바로 유비쿼터스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보여준 전시회였다. 그 가운데 몇몇 신기술과 신제품을 소개한다. ‘인터넷 디지털 냉장고 디오스’(LG전자)는 딱 잘라 냉장고라고 말하기 어렵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컴퓨터·카메라·오디오·앨범 기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모처럼 맛있는 반찬을 만든다고 치자. 그러면 그는 옛날처럼 요리 책을 뒤적거리지 않아도 된다. 냉장고 앞쪽의 15인치 고화질 화면에 있는 요리 정보 버튼만 살짝 누르면 된다. 냉장고에는 수백 가지 요리법이 저장되어 있다.

요리를 하면서 심심하면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물을 뚝뚝 흘리며 텔레비전이나 오디오가 있는 거실까지 가라는 말이 아니다. 역시 냉장고에 달린 버튼만 누르면 된다. 건망증이 심한 주부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가령 오래 전에 사다 넣어둔 쇠고기가 있다. 과거 같으면 얼마나 되었을까 고민하다가 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요즘 냉장고는 보관 식품 관리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가 포장지에 표시된 바코드를 읽은 뒤, 쇠고기 구입 시기와 유효 기간을 알려준다.

앞으로는 더 대단한 냉장고가 나온다. 저장물을 점검해 부족한 식품을 파악하고 그 데이터를 집주인의 휴대전화나 개인 휴대 단말기(PDA)에 전송하는 냉장고 말이다. 더 나아가 집 근처 백화점·할인매장이 실시하는 세일 정보를 알려주는 냉장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상용화한 삼성전자의 홈비타 솔루션(홈비타)도 눈길을 끈다. 홈비타는 가정에 필수적인 냉장고·에어컨·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디지털 정보 가전과, 조명·전동 창문 같은 생활 기기, 방범 서비스를 유선·무선 전화기나 인터넷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가령 한겨울에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미리 난방기를 작동해 집을 따뜻하게 할 수도 있고, 퇴근길에 아침에 전자레인지에 넣고 나온 음식을 적당히 데울 수도 있다. 또 도둑이나 강도가 창문을 열거나 깨고 들어가면 방범 센서가 작동해 주인의 휴대전화나 경찰서에 알리기도 한다.

KT의 웹 캐스팅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이 서비스는 도어폰이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설치된 카메라 등이 찍은 화면을 휴대전화나 개인 휴대 단말기, 컴퓨터에 전송해준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집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집이 비어 있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사무실이나 바닷가에 앉아 방문자와 동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홈 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격으로 집안에 장착한 카메라를 상하 좌우로 움직일 수 있고, 줌인할 수도 있다.


(주)유비큐가 선보인 ‘홈 네트워킹 시스템’은 노인이나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특히 유용해 보인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있다고 치자. 지금은 꼼짝없이 곁에 누군가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 얼마든지 외출이 가능하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노인은 손에 쥐고 있는 비상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그 신호는 바로 가족의 휴대전화에 연결된다. 음성 명령으로 높이가 자동 조절되는 침대와 집안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공기 조절 시스템이 나오고, 노인의 건강 상태를 동영상 카메라로 찍어 병원에 전송하는 서비스가 실용화하면 노인과 장애인을 부양하기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카드’가 휴대전화 안에 들어 있네! SKT 모네타를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모네타란 각종 카드(신용 카드·교통 카드·멤버십 카드·전자 화폐) 기능을 지닌 칩을 휴대전화에 장착해, 휴대전화로 지불과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백화점·대형 할인점과 각종 음식점에서 휴대전화를 열고 신용 카드처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SK텔레콤 엠-파이낸스 기획팀 강예리 대리는 “우리 나라에 휴대전화 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이 벌써 20만 곳쯤 된다”라고 말했다. 몇달 뒤 자판기·지하철 이용비와, 민원 서류 발급비 등을 결제할 수 있게 되면 모네타 이용자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비쿼터스는 놀이 문화도 바꾸고 있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휴대전화를 들고 열심히 게임하는 사람을 흔히 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상대는 컴퓨터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다.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헥사도 하고, 고스톱도 즐길 수 있다. 그곳이 바닷가이든 자동차 안이든 상관없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도 비슷해진다. 네트워크 대전(對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변화의 키워드는 ‘온 디멘드’이다. 요즘은 어쩔 수없이 방송 시간에 맞추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즐겨야 한다. 그러나 유비쿼터스가 진전되면 홈 서버에 영상이나 음악을 저장했다가 자기가 편한 시간에 꺼내 감상할 수 있다. 운전자도 유비쿼터스 덕을 톡톡히 보게 된다. 이미 ‘내비게이터’를 통해 덕을 보는 사람이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운전자가 도움을 받게 된다. SKT ‘내이트 드라이브 서비스’는 위성 위치 추적 장치(GPS)를 이용한 정보를 휴대전화에 공급한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말로 물으면 휴대전화가 음성으로 길을 안내해준다. 자동차에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이 더 진화하면 혼잡한 교통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센서가 차의 속도와 위치를 감지해 차량이 뜸한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또 가까운 곳에 있는 맛있는 음식점이나 값싼 쇼핑센터의 위치도 알려준다. 현재 세계의 내로라 하는 자동차 연구소가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시스템과 차간 거리를 자동 확보해주는 기술, 졸음 운전을 예방하는 장치 등을 연구하고 있어, 유비쿼터스 시대는 길 위에서도 눈부신 진보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 기술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끊임없이 성장한다. 그 가운데 실용화하거나, 실용화 준비 단계에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외부 날씨에 맞추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창문, 체중계·체지방계·당뇨치 측정계가 장착된 변기, 체온·혈압 같은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는 침대, 100m 가량 떨어진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리모컨, 말로 작동하는 전등과 엘리베이터….

<미래 속으로>(이끌리오) 저자 에릭 뉴트는 ‘과학 기술에 바탕을 둔 정보 통신의 발전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뿐이다’라고 말한다. 뉴트의 지적이 과학에 대한 예찬이라면 ‘인간이 상상한 것은 언젠가 현실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과학 기술을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만 사용할 때 미래는 ‘디지털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제록스 사 팔로아트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소장이 10년 전 ‘유비쿼터스(Ubi quitous) 컴퓨팅’이라는 말을 처음 썼을 때, 그 말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든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 와이어 소장은 그 말에 컴퓨팅을 덧붙여 앞으로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고, 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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