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못 끊겠거든 알고나 마셔라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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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필터로 거르면 콜레스테롤 증가 안해…임산부는 카페인 섭취 줄여야
하루 일과를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이 몽롱한 아침을 빨리 거두어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인의 음료가 되어 버린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면 심장 박동 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지며,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심장 기능의 속도 조절과 혈관의 팽창 작용, 그리고 수면 작용을 돕는 아데노신이라는 화학 물질의 역할을 카페인이 사사건건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커피를 많이 마시면 뼈가 약해져 넘어졌을 때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카페인은 신장 기능을 활성화해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린 후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카페인의 탈수 작용으로 인해 갈증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과 중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이뇨 작용이 활발해져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초콜릿·음료수·의약품에도 들어 있다. 최근 시판되는 음료수 중에는 카페인을 콜라보다 훨씬 많이 함유한 것이 많다. 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음료수를 통해 과도하게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어 수면 부족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적당량의 커피를 섭취해도 유해한 콜레스테롤 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으나,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커피(카페인) 자체보다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접근했다. 기존 연구를 요약한 자료에 따르면, 종이 필터로 거른 커피를 마시면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끓여 먹을 경우, 남아 있는 지방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커피 애호가들을 기쁘게 하는 소식도 여럿 있다. 하루에 커피 두세 잔 정도를 마신 사람들이 오히려 신장 결석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연구나, 하루에 커피 세 잔 정도를 마신 사람들이 간경변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최고 40%까지 줄었다는 노르웨이 과학자들의 보고가 바로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를 종합해 보면, 커피가 인간에게 해로운 식품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커피를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식품으로 규정해 놓았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의학적 관점에서는 카페인은 습관성 중독제가 아니다. 미국의 사상가인 에머슨은 커피가 단지 희석된 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안·초조·불면증·부정맥·심장 두근거림·속쓰림 따위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고 권한다. 특히 임신부는 일반인보다 커피 섭취를 자제하라고 충고한다. 임신부가 커피를 하루에 네댓 잔 이상 마시면 유산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몇 차례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피를 즐겨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뚝 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두통과 같은 금단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디카페인(카페인이 제거된 것) 커피의 비중을 높이거나 레몬 즙을 디카페인 커피에 섞어 마시면서, 점차 커피 대신 주스 등으로 바꾸어 마시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림잡아 2∼3주 동안 10%씩 카페인 섭취량을 줄인다고 계산하면 무난하다. 최근에 시판되는 디카페인 커피는 예전처럼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솔벤트와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사용하므로 몸에 해롭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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