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어진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어진이가 되라는 아버지의 기대에서 탄생했다. 월남 참전 용사이자 행정 공무원이던 그의 부친은 딸의 이름도 착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강착한이’(28)라고 지었다.
어진이씨는 이름 때문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순 한글에다 이례적인 네 음절 이름을 두고 학교 선생님들은 “아버지가 국문학자 아니냐”라며 수업 시간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어진이’라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학창 생활 내내 모범생이 되어야겠다는 부담에도 시달렸다.
강어진이씨는 자기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식의 이름도 순 한글로 지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겪었던 주위의 시선과 부담이 아무래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름을 지키려면 그만한 노력과 자부심이 필요하다.” 이름 그대로 어진이가 되고 싶은 강씨가 순 한글 이름을 가진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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