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은 가능하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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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 서울대 ‘미래의 과학’ 강연 내용
스티븐 호킹 교수는 9월2일 서울대에서 ‘미래의 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네 차례 강연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대중적이었던 서울대 강연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스타워스>나 <스타트렉>은 모두 변하지 않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상을 제시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관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과 우주는 어떻게 될까? 한 가지 가능성은 재난이나 핵전쟁 때문에 인간이 자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멸하지 않더라도 <터미네이터>의 첫 장면처럼 야만적이고 잔인한 인간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낙관론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마게돈과 같은 새로운 암흑 시대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천년 동안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까?

시간을 역행하는 것은 핀 위에서 천사가 춤을 추는 것처럼 허황한 것이 아니고 측정할 수 있다. 시간의 역행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공은 물질과 에너지에 의하여 얽혀 있다. 양자론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통합되는 우주의 기본 법칙을 가지게 되면 시간 여행 또한 가능할 것이다. 오는 천년 동안에 이런 이론이 완성될 확률은 얼마일까? 전망은 밝지만 나는 낙관론자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많은 과학자가 우주의 기본 법칙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실험을 많이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이론은 실험보다 수학적인 아름다움에 매달리는 이론에 의하여 밝혀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안에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가장 복잡한 것은 우리의 몸이다. DNA는 지구에 있는 생명체의 근본이다. DNA는 진화하며 복잡성을 더해 간다. 생물학적 진화는 느리게 이루어지다가 지난 몇백만 년 동안에 큰 발전이 일어났다. 언어가 생긴 것이다. 이로써 느린 생물학적 진화인 돌연변이를 기다릴 것 없이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복잡성이 크게 발달했다. 비생명 과정을 통한(언어로 인한) 정보 전달이 인류로 하여금 세계를 지배하게 만들었고,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를 가져왔다.


“우주에 지능 있는 생명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우리의 내부 정보인 DNA를 크게 진화시킬 수 있는 커다란 전환점에 와 있다. 인간들은 이번 천년 동안에 인간 DNA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할 것이다. 내가 인간 유전공학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인류는 복잡한 주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신과 신체를 개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주 여행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적인 기능체에 앞서기 위해서도 생명체는 그 복잡성을 더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는 컴퓨터가 속도에서 이기고 있으나 아직 지능을 갖출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복잡한 분자가 서로 엉켜서 인간의 지능을 만들 듯이 복잡한 컴퓨터의 회로가 지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컴퓨터가 지능을 갖추게 된다면 더 복잡하고 고등 지능을 지닌 컴퓨터를 디자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보다 훨씬 지능적인 두뇌를 디자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몇백 년 사이에 우리들이 자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태양계를 정복하고 가까운 항성에도 갈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 외계인이 없는 것일까? 지능 동물을 발달시킬 수 있는 행성이 거의 없거나, 지능을 발전시킬 생명체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지능이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지능이 생존을 크게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테리아는 지능 없이 살지만 지능이 있는 인간보다 오래 살아 남을 것이다. 따라서 은하계를 탐험하면 원시적인 생명체를 발견할지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생명체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천년은 <스타트렉>이 연출한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천년 뒤에, 우주에는 우리처럼 고등 생물로 진화했지만 틀에 박히고 진보 없는 과학과 기술에 매여 있는 인류족이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우주는 홀로 빠른 속도로 생체적·전자적 복잡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예측할 수 있는 몇백 년 사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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