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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만 불의 사나이' 멀지 않았다.

인공 장기 만드는 생체 재료 기술 급진전…국내도 연구 활발

박기동 교수(아주대·분자과학기술학) ㅣ 승인 2000.08.17(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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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가 인공 장기의 성지로 떠올랐다. 텔아비브 근교에 있는 셰바 메디컬센터 이식실장 야콥 라베 박사가 사망 일보 직전이던 64세 심부전 환자에게 영구이식용 인공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발표했다. 인공 장기 이식사의 한 획을 긋는 개가였다. 하지만 이 뉴스가 전해진 지 겨우 3일 만에 이식 환자가 사망함으로써 인공 심장 영구 이식은 다시 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인체 부품 시대’의 최근 동향과 그 가능성을 알아본다.

신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곧 인간의 진화사라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 이집트 사람들은 뼈를 고정시키는 와이어를 사용했다. 21세기에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노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생체 재료 개발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생체 재료란 손상되거나 기능을 상실한 신체 조직과 기관을 대체하는 인공 장기 및 인공 조직의 기본 재료를 말한다. 생체 조직에 직접 접촉하여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와 예방 수단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인공 장기에는 심장·신장·심폐기·혈관 등이 있고, 인공 조직은 관절·뼈·피부·힘줄 등이 있다. 치료용 제품에는 치과용 재료·봉합사·고분자 약제 등이 있다. 이같은 생체 재료에는 고분자·금속·세라믹 등이 다양하게 이용된다. 생체 재료의 관건은 생체 적합성(Biocompatibility)이다. 인간의 몸에 이식하고 난 뒤에 면역 거부가 일어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구하기 쉽고 가공하기가 편해야 한다는 조건도 갖추어야 한다.

현재 기능이 단순한 뼈와 관절은 아무 문제 없이 인공 재료로 대체하고 있다. 백내장 환자에게 시술되는 수정체와 신부전 환자를 위한 신장, 심폐기와 유방도 인공 재료로 대체한다. 그러나 간이나 췌장, 가는 혈관 등 기능이 복잡한 장기는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공 심장은 심실 보조 장치와 완전 이식형 인공 심장으로 나뉜다. 인공 심장 이식 수술은 1982년 미국 유타 대학에서 처음 성공했다. 외부공기구동형 인공 심장(자빅 7)을 미국인 치과의사인 클라크에게 이식해 1백12일 동안 더 살 수 있도록 했다. 1985년에는 6백20일 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실험에 성공하는 등 외부구동형 인공 심장은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인공 심장은 인간의 심장을 이식할 때까지 잠시 사용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인체 속에 안전하게 이식할 수 있는 완전 내장형 인공 심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구 이식할 인공 심장 개발은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의대 팀이 한국형 전기구동형 인공 심장을 개발해 양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용화하지 못했다.

영구 이식에 성공하지 못한 또 다른 장기는 신장이다.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혈액 속에 있는 노폐물이나 독성 물질을 걸러주는 인공 신장기가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1943년 임상 실험에 성공한 이래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된 인공 신장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혈액투석기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혈액투석기는 혈액 중의 요소가 고분자 투석막(속이 비어 있는 원통 모양의 분리막으로 안쪽 지름은 머리카락 두께의 3~4배 정도이고 막의 두께는 약 10μm)을 통해 투석액으로 빠져 나오도록 한 것이다. 혈액여과기는 요소뿐 아니라 입자가 더 큰 찌꺼기도 걸러낸다.

인공 심폐기는 심장이나 폐를 수술할 때 폐를 대신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다. 폐 기능을 영구히 대신하는 인공 심폐기 역시 개발이 어렵다.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보조 형태로 쓸 수 있는 인공 신장과 인공 심폐기는 국내에서도 개발되어 실용화했다.

인공 혈관으로는 1952년 나일론관이 최초로 사용된 후 폴리에스터·테플론 섬유를 천처럼 직조한 것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동맥처럼 혈액 흐름이 빠른 부위에서 혈관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지름 4mm 이하의 가느다란 혈관은 피가 엉겨 내부가 막히기 때문에 인공 혈관으로는 대체하지 못한다.

인공 심장판막은 소나 돼지의 심장판막을 화학 처리한 조직 판막이나 티타늄·스테인레스 등으로 만든 기계식 판막이 사용되고 있다. 조직 판막은 내구성이 약해 10~15년 후에 재수술해야 한다. 금속 판막은 응혈 문제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에는 고분자로 만든 판막이 선보였는데, 이것은 기계식 판막과 조직 판막에 비해 값이 싸고 원하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몸 안에서 혈액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재질이 변하는 약점이 있어 1년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인공 뼈와 관절은 이미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세라믹 혹은 금속 재료를 이용한 인공 뼈와 관절을 이식하는 수술이 2백여 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영원히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인공 관절의 수명은 고관절(골반과 넓적다리뼈 중간 부위 관절)이 약 15년, 무릎관절이 10년을 넘지 못한다. 대개의 환자가 50대 말이나 60대 초반에 인공 관절을 시술받기 때문에 최소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인공 관절이 개발되어야 한다.

화상으로 심하게 훼손된 피부를 감쪽같이 되살려낼 수 있는 인공 피부도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 세포를 일부 채취하여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고분자 지지체를 이용해 체외에서 배양한 다음, 체내 원위치에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최근 발달한 조직공학의 쾌거이다. 조직공학 기술을 이용하면 장기 제공자가 없어도 자체 해결이 가능할 뿐 아니라 면역 이상이 일어날 염려도 없다. 또 세포 괴사나 암 등을 유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인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를 재생할 수 있다. 현재 조직공학으로 재생이 가능한 것은 인공 피부와 인공 연골뿐이다.


인공 장기·조직으로 대체 가능한 부위 50 군데

인공 췌장과 인공 간처럼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는 인체 세포와 고분자를 결합하는 고도의 조직공학 기술이 필요하다. 주로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인공 췌장은 인체의 인슐린 분비 세포를 채취하여 고분자로 둘러싸 체내에 삽입하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인공 간도 인공 췌장과 마찬가지로 고분자에 인체 간세포를 넣어 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미약하다. 다른 사람의 간세포를 이용해 인공 간을 만들 수 있지만 거부 반응을 해결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장기 제공자의 간장을 이식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공 간은 개발을 마치고 임상 시험 중에 있다.

생체 소재가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6백만 불의 사나이’는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생체 재료·전자공학·의학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기계 부품처럼 신체 곳곳을 인공 재료로 교체하는 인체 부품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공 장기 및 인공 조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체 부위는 약 50 군데. 21세기 초에는 뇌와 중추 신경을 제외한 인체 주요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체 부품 시대를 꽃피우는 데는 아직 많은 장애가 있다. 인체 조직과 완벽하게 조화할 수 있는 생체 재료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또 이미 개발된 상당수 인공 장기들도 기술적인 문제에 걸려 실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공 장기와 의료 부품 분야를 유망 산업으로 보고 있다. 수요는 물론 부가 가치가 높기 때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생체 재료 분야도 최근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화학연구소·대학 등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고, 정부 또한 집중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머지 않아 임상에 사용할 수 있는 생체 소재가 더욱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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