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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4’가 맞는 말이라고?

“4자 든 날 동양인 사망 많다” 연구 결과 놓고 공방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ㅣ | 승인 2003.12.16(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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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의 소설 <배스커빌의 개>에서 배스커빌 경은 깊은 밤 거대한 개의 추격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시달리다 심장 발작을 일으켜 사망한다. 이처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심혈관계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배스커빌 효과’라고 부른다. 소설가이자 의사였던 코난 도일은 의학적 직관이 삽입된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에서 그려내고는 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 배스커빌 효과를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자와 발음이 흡사한 숫자 ‘4’를 불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건물에 4층을 두지 않거나, 자동차 번호판 등에 4자가 들어가는 것을 찜찜하게 여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중국과 일본 레스토랑의 전화번호 가운데 뒤 번호 네 자리에 4자가 들어간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적 인식이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국의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중국인과 일본인의 4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것이다. 연구진이 1989∼1998년 미국에서 사망한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백인 미국인의 사망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매달 4일에는 심장병으로 사망한 중국인과 일본인의 수가 다른 날보다 많았다.

특히 만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건수는 13%나 많았고,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같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27%나 많았다. 그러나 백인 미국인들에게서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일본인과 중국인 중 심장병 외에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건수는 4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다. 코난 도일의 육감이 허구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4자에 대한 두려움이 심리적 스트레스 유발?

이러한 결과에 대해 특별히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연구진은 4라는 숫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달 4일에 더 많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배스커빌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학잡지> 2001년 12월호에 실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 뒤, 같은 저널에 2001년 연구를 반박하는 논문이 실렸다. 소설과 같은 연구 결과에 자극받은 캘리포니아 포모나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게리 스미스는 2001년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에다, 그 이후의 자료를 추가해 분석한 결과 ‘4일 심장병 사망자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는 2001년 연구는 연구 방법에서 몇 가지 결함을 지니고 있으며, 일본인과 중국인이 숫자 4를 싫어하듯 미국인 역시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하는데, 미국인은 13일에 특별히 사망자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논거를 제시했다. 2001년 연구는 또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1년 뒤인 지난 12월 초, 홍콩 중국대학의 파네사 교수는 광둥어를 사용하는 홍콩 거주 중국인의 1995∼2000년 사망 자료를 이용해 같은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스미스의 것과 마찬가지로 숫자 4가 들어간 날의 심장병 사망자는, 중국인들이 행운의 숫자라고 여기는 3일·8일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가 어떻든,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중국과 하이테크의 나라 일본, 두 아시아 대국의 문화를 분석하려는 서양 과학자들의 시도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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