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돕는 겨울철 식물 키우기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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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접란·허브 등 겨울 건강에 도움… 수경 재배, 어린이에게 좋아
생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식물의 특성을 검증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식물도 인간처럼 보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인간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파리지옥풀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건드려야 닫히는데, 이는 숫자를 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당무는 토끼가 나타나면 사색이 되기도 한다. 또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 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체념 끝에 시들어 버린다. 식물은 자신을 보살펴 주는 인간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일 뿐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읽고 반응한다.’

구약 <성경>에 보면 인간이 이처럼 ‘위대한 식물’에 의존해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의 육신은 식물로 이루어진다’는 구절. 실제로 인간은 삶에 필요한 음식·연료·의복·건축 재료를 거의 모두 식물에게서 얻는다. 그러나 사람이 식물에게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평화’가 아닐까.

식물의 잎사귀에는 공기 구멍이 약 백만 개 있다. 식물은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 덕분에 인간은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이 될 수 있다. 식물은 겨울에 더욱 유용하다. 겨울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난방을 위해 문을 꼭꼭 걸어 닫고 생활한다. 그러다 보면 실내 공기가 혼탁해지고, 텔레비전·컴퓨터 같은 전자 제품이 내쏘는 전자파로 인해 사람들의 몸과 정신은 보이지 않게 쇠약해진다. 특히 혼탁한 공기는 알레르기나 두통을 유발하고, 우울증·피로·호흡 곤란 같은 질환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럴 때 식물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조경 전문가 전용숙씨(실내조경협회 부회장)는 “집안의 녹색 식물은 환경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지친 삶에 위로를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즉 녹색 식물은 잎의 기공을 통한 증산 작용으로 건조한 실내 습도를 높여 주고,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보통 실내는 ‘비자연 공간’이라 해서 양이온이 많아 신경통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식물이 있으면 음이온이 많아져 스트레스가 풀리고 뇌 기능이 활성화한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 사는 박영희씨(39)는 “2년 가까이 실내 원예를 하고 난 뒤 몸과 정신이 훨씬 좋아졌다. 특히 자연과 단절되어 자라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식물의 이로움을 강조했다.혼탁한 실내 공기·악취 제거 효능

겨울철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은 열대 지방이 원산인 관엽 식물과 음지 식물이 대부분이다. 조경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중간 빛이 들어오는 집에는 다채로운 색을 가진 관엽 식물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반대로 어둡거나 어두운 공간이 많은 집안에는 초록의 단색 식물을 추천했다. 전용숙씨는 특히 겨울에는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난 접란·드라세나·스파티필름·아이비·스킨댑서스·산서베리아·벤자민고무나무와, 악취를 없애는 허브 식물 등이 좋다고 밝혔다.

<실내 원예> 저자 방광자 교수(상명대·환경녹지학)는 무엇보다 집안 분위기와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식물 기르는 요령을 몇 가지 제시했다. 방교수에 따르면, 식물은 색깔·모양·크기에 따라 배치하는 것이 보기에 아름답다. 즉 단조로운 색 식물과 화려한 색 식물을 조화시키고, 넓은 잎 식물과 좁은 잎 식물을 잘 대비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구나 벽이 화려한 실내에 소박하고 단순한 식물을 두세 개 놓으면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진다. 반대로 실내 분위기가 단조로우면 색깔이 독특한 식물을 배치해 풍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교수는 좀더 세부적으로 집안 공간에 어울리는 화초 목록을 들었다. △응접실:아프리칸 바이올렛이나 선인장을 여러 개 두면 보기에 좋다. 소파 옆에는 키가 큰 파키라·벤자민을 놓으면 생기롭다. △침실:지나치게 화려한 화초는 피하고, 작은 잎에 연약한 느낌이 드는 연록색 계통 양치류 식물을 둔다. △주방:식욕을 돋우고 분위기를 띄우는 식물이 좋다. 햇볕이 적게 들면 아이비류나 산호초를 장식하는 것이 좋고, 햇볕이 많이 들면 씨크라엔·베고니아·아프리칸 바이올렛·임파첸스 같은 꽃 화분을 놓으면 분위기도 살고, 주방일도 한결 가벼워진다. △욕실:피로를 푸는 곳이므로 상쾌한 기분을 주는 음지 식물이 적합하다. △어린이방·노인방:아이들 방에는 전자파를 막을 수 있는 벤자민이나 금란이 좋고,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는 알뿌리 식물이 좋다. 노인들 방에는 난이 적합하다. △현관:꽃 화분·뿌리 식물·병꽂이 식물 그리고 작은 관엽 식물이 어울린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분에 담아 키우는 방법과, 식물을 천장이나 벽에 매다는 공중 정원이 있다. 그리고 유리 상자 속에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서 늘 싱싱한 녹색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테라리움, 접시 위에 앙증맞은 식물을 정겹게 꾸미는 접시 정원, 맑고 투명한 유리 용기 안에 뿌리를 넣어 키우는 수경 재배가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해볼 만한 방법은 수경 재배. 적합한 식물로는 히야신스·수선·아이비·사랑초가 있다. 수선화는 한 뿌리에서 세 번까지 꽃이 피는데, 한번 피면 20일쯤 가므로 잘 키우면 겨우내 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고구마·양파·미나리·무 같은 야채 수경 재배. 야채 수경 재배는 집안의 습도 조절뿐 아니라, 신선한 싹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집안을 싱그럽게 만드는 이점이 있다. 수경 재배는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싹이 돋고 그것이 어떻게 커가는지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어 교육 효과도 크다.

키우는 방법은, 미나리는 먹고 남은 뿌리 부분을 4㎝로 잘라 물이 담긴 용기에 빽빽하게 꽂고 물을 마르지 않게 주면 된다. 2일 정도면 새싹이 돋아난다. 무는 씨앗을 하루 정도 물에 불린 뒤, 가라앉은 씨앗을 물에 적신 솜을 깐 커피 잔이나 접시에 뿌리면 된다. 그 뒤 분무기로 물을 한번 더 뿌려주고 신문지 등을 덮어 햇볕이 들지 못하도록 한다. 3일 정도 지나면 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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