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딜레마’에 빠진 MBC
  • 민임동기 (<미디어 오늘> 기자) ()
  • 승인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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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출신 의장·대변인 라인 형성된 후 ‘관계 설정’ 고민
BC가 열린우리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MBC 보도국 기자이자 앵커 출신인 정동영 당의장을 비롯해 박영선 선대위 대변인, 노웅래 부대변인으로 이어지는 언론 창구가 모두 MBC 기자 출신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BC 보도국 구성원들은 열린우리당과 MBC의 이미지 중첩에서 비롯되는 뉴스의 ‘편향성’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보도국 기자들 사이에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고 한다.

보도국의 한 중견 기자는 “정동영 당의장과 박영선 대변인이 MBC 출신이라고 해서 실제 보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보도국의 또 다른 기자는 “공정한 보도를 통해 의혹을 불식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미지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방송사와 똑같은 비중을 두고 열린우리당 관련 뉴스를 보도할 때도 왠지 모르게 신경을 더 쓰게 되고, 혹시나 시비에 휘말릴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보게 된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MBC 보도국의 이런 고민은 열린우리당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는 역편향성 시비도 낳았다. 강성주 보도국장은 “내부에서 안팎의 이런 시선을 의식하면서 뉴스를 제작하다 보니 오히려 열린우리당 관련 뉴스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방법을 논의중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라며 고민을 내비쳤다. 지난 1월26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과 박영선 대변인은 친정인 MBC에 들러 역편향적 보도를 중지해 달라고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 보도국 기자들과 MBC 노조는 이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최승호 위원장은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이 현재처럼 이뤄질 경우 언론사들이 당하는 이미지 손상은 심각하다. 방송윤리강령을 개정해 정치권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최소 선거 1백50일 이전에 사퇴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을 회사측에 요구하겠다”라고 밝혔다.

MBC는 지난 1월29일 노사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어 기자들의 정치권 진출에 따른 문제를 집중 협의한 끝에, 우선 회사측과 노조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윤리위원회 구성이나 윤리 강령·사규 개정을 통한 보완책 마련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표를 던지고 정치권으로 나가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직원이 아니므로 윤리 강령이나 사규만으로 ‘규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MBC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도 기자들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언론윤리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를 제대로 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만 데려가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발상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MBC 사람들을 대신해 방송인 영입에 열을 올렸던 정동영 당의장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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