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줄기 세포 복제` 엠바고 논란 뒷얘기
  • 조현호 (<미디어 오늘> 기자) ()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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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일간지들,‘배아 줄기세포 복제’ 보도 놓고 격돌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중앙일보> 기사가 ‘국제적 엠바고’ 파기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중앙 일간지들이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며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자 <중앙일보>는 “엠바고 요청을 받은 일이 없었고, 탐사 보도는 엠바고와 무관하다”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문제의 발단은 2월12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리 기사였다. 이 신문은 ‘장기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는 제목 아래,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 등 1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최근 미국과학진흥학회(AAAS)와 함께 1월13일 오전 4시(미국 시각 13일 오전 11시)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발표한 뒤 기사를 싣기로 했던 ‘국제적 엠바고’ 사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참여한 이병천 교수는 1월12일 “지난해 말 논문을 완성한 뒤 윤리·과학적 검증을 위해 AAAS에 제출했고, AAAS측으로부터 ‘논문을 발표하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최근에는 <사이언스>측으로부터 게재했으면 한다는 통보를 받고 13일 새벽 <사이언스>가 마련한 특별 기자회견 시점까지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앙일보>의 보도가 나와 매우 당혹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과학자로서는 일생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다. <사이언스>는 언론에 먼저 보도되면 게재하지 않는 방침이 있기 때문에 <중앙일보> 보도로 가슴을 졸였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에 한 방 맞은 신문들은 ‘일부 언론 일방적 보도, 한국 과학계 위신 추락’(동아) ‘국제 엠바고 깨버린 <중앙일보> 보도 물의’(조선) ‘엠바고 깬 보도로 국제적 위신 추락’(한국) ‘엠바고 파기 ‘중앙’ 언론윤리 도마에’(한겨레) 등의 제목을 단 기사로 <중앙일보>의 ‘하루 앞선’ 보도를 비판했다.
<중앙일보>의 재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중앙일보>는 13일자에서 ‘지난해 말부터 황교수 주도의 연구진이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냈다는 사실을 포착, 두 달에 걸친 탐문 취재를 해오다 연구 내용을 파악했고, 최근 논문의 원문을 단독 입수했다. 본지가 먼저 보도하지 않았다면 국내 독자들은 한국 과학자의 자랑스러운 업적에 대해 외신 보도를 베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내 어느 기자나 기관이든 이 내용이 엠바고라고 정한 일이 없고, 엠바고는 해외 언론에 대해 정해진 것일 뿐이다. 연구진이 당황스러워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국내 연구팀이 개가를 올린 것을 국내 언론이 발표 하루 전에 먼저 써서 국민에게 알릴 권리는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중앙일보>의 1위 추격에 대한 <조선일보>·<동아일보>의 반격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홍혜걸 기자가 일을 냈다는 말도 나돈다. 홍기자의 단독 입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기는 하지만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중앙일보> 깎아내리기도 볼썽사납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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