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군은 학교 수화동아리 ‘손말모임’에서 수화를 배웠다. 수화를 통해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잡담하는 것이 마냥 재미있었던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수화를 익혔다. 마치 암호처럼 아무도 내용을 모르게 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흥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틈틈이 익힌 수화로 그는 지난해 서울시 수화경연대회에서 금상을 타기도 했다.
수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 오군은 인근 가톨릭 농아 선교회의 ‘까리타스 어린이집’에서 자원 봉사를 했다. 그곳에서 꾸밈 없는 청각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인생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게 되었다. 사회봉사 활동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 오군은 대학에 진학하면 사회복지학이나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수화를 더 익혀서 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가방에 수화책을 넣고 다니며 입시 공부를 하는 틈틈이 수화를 익히고 있다. 오군은 다른 사람들도 수화를 배워서 ‘또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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