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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은 홍콩의 민주주의

의원 선거 방식은 퇴보… 가장 큰 적은 부정 부패

李政勳 기자 ㅣ 승인 1997.10.16(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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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을 전후해 한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홍콩의 인권이 탄압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었다. 반환된 이후 과연 홍콩의 민주화는 쇠퇴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홍콩은 자본주의 정신에 투철한 체제를 만들어 왔다. 홍콩 경제를 위협하지만 않으면 어떤 돈도 상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로라 하는 장사꾼이 몰려들었다. 지난 7월1일부터 5일간 반환 행사가 열렸을 때 홍콩의 호텔들은 5일간 패키지로 된 관광 상품을 비싸게 팔았다. 정치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돈 버는 것이 최고라는 의식이 홍콩인의 내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홍콩 페레그린사에 근무하는 이민재씨는 홍콩만큼 자유가 많은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과세제를 채택하지만, 홍콩은 빈부에 관계 없이 똑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세율도 한국보다 훨씬 낮고, 세금 종류도 훨씬 적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박리다매식이다. 홍콩 정청은 낮은 세율을 미끼로 많은 기업을 유치해 재정을 매우고 있다.

반환을 전후해 홍콩에서 일어난 시위는 내년에 실시할 홍콩 입법회의(국회) 의원의 선거 방식 때문이었다. 반환 직후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인사들이 결정한 내년의 입법회의 의원 선거는, 전체 의석 60석 중 20석만 직선하고 나머지 40석은 간선하도록 규정했다. 간선하는 40석에는 북경 정부와 홍콩 특구 정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들이 당선될 것이다.

홍콩 민주 세력은 이러한 선거 방법에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 보이콧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을 피하고 있다. 홍콩 제1 야당으로 꼽히는 민주당의 장병량(張炳良) 부주석은 이 선거가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했으나, 홍콩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 참여할 것이며, 직선 의석 중 절반인 10석만 얻어도 승리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식민지 아닌 것이 중요하다”

연을쟁(練乙錚) <신보> 편집국장 역시 이 선거가 과거의 입법회의 의원 선거보다 퇴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국장은 “그러나 북경 당국이 민주당에 압박을 가하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민주당은 또한 이성적인 투쟁 방법을 채택해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한다. 의원 선거를 제외하고 홍콩의 민주화가 퇴보한 징후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무역협회에 해당하는 홍콩 무역발전국 구달굉(邱達宏) 부총재는, 홍콩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면 입법회의 의원 선거가 불합리하더라도 상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그는 “반환 이전에는 홍콩이 식민지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장건파(張健波) <명보> 편집국장 역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10월1일 중국 국경절 행사에 민주당원들이 동건화 특구 행정장관의 초청을 받아들여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북경과 민주당과의 관계가 머지 않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인들은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정치 권력과 비민주적인 제도가 아니라 부정 부패라고 본다. 때문에 반환 이전부터 홍콩 정청은 부정 부패 단속에 최선을 다했다. 부정 부패를 잡는 한편 경제에서 자유 방임을 실현해 홍콩은 번영을 누려온 것이다.

북경은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일국양제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민주 인사들은 자기 식대로 홍콩을 재단하고 홍콩의 민주화가 염려된다며 ‘남의 다리’를 긁고 있다. 이들은 삼합회 같은 폭력 조직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기 때문에 홍콩인들의 생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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