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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 구단 ‘8팀 8색’ 아킬레스건

“앗! 우리 팀에 이런 약점이…”

이태일 (중앙일보 야구 전문기자) ㅣ 승인 2004.04.06(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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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스. 테티스는 아킬레스의 몸을 스틱스 강물에 적셔 어떤 독(毒)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테티스가 강물에 적실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아킬레스의 발뒤꿈치였다. 물에 완전히 빠지지 않게 하려면 발뒤꿈치를 잡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킬레스는 자신의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누군가의 ‘치명적인 급소’를 이르는 ‘아킬레스건’의 유래다.

2004 프로 야구 막이 올랐다. 올해 프로 야구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8개 구단 모두가 전력 보강에 힘을 쏟았고, 충실한 전지 훈련과 시범 경기를 통해 팀을 다듬었다. 그러나 아킬레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그랬던 것처럼, 8개 구단 모두 물에 담그지 못한 발뒤꿈치가 있다. 8개 구단의 아킬레스건을 야구 용어와 관련된 숫자로 풀어 점검해 본다(지난해 성적순).
현대-2
지난해 챔피언 현대가 겉으로 보아 가장 약해진 부분은, 2루수와 2번 타자였던 박종호가 삼성으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이다. 김민우가 주전 2루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초반까지는 계속 김일경·채종국과 경쟁하게 되리라는 것이 김재박 감독의 말이다. 그러다 보니 9번, 1번 타자를 중심 타선과 연결하는 2번 타자 자리도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2루수와 2번 타순은 현대가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자리다. 또 하나 걱정해야 할 부분은 야구에서 수비 위치 번호 2번. 바로 포수 자리다. 지난해 자신의 야구 경력 14년 동안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김동수(37)의 나이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SK-3
투수력이 가장 안정되었다는 SK의 고민은 공격력이다. 눈에 확 띄는 거포가 없어 3,4,5번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문제다. 지난해 발군의 활약을 보인 이진영을 3번에 쓰느냐, 2번으로 끌어올리느냐가 고민이다. 이진영을 2번으로 올리면 브리또-이호준-박경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서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진영을 3번에 놓으면 연결 고리 2번 자리가 부실해진다. 수비 기호 3번인 1루수 자리도 문제다. 부상한 강 혁이 6월 이후에나 복귀해 지명타자 전문인 김기태와 이호준이 수비 부담을 안고 출전해야 한다.

삼성-6
수비 기호 6번. 내야의 야전 사령관이라고 불리는 주전 유격수가 삼성의 가장 큰 약점이다. 김응룡 감독은 공주고 출신 프로 3년차 조동찬(21)에게 중책을 맡겼다. 타격은 합격점이지만 유격수의 본업이라고 할 수비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 삼성은 유격수 수비에서 구멍이 날 경우 김재걸(32)을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재걸은 조동찬과 반대로 수비는 합격이지만 타격이 젬병이다. 중책을 맡은 조동찬의 등번호는 6이 2개 겹친 66번이다.

기아-1
막강 화력을 지닌 기아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제1 선발’로 불리는 에이스가 없다는 것. 무시무시한 구위를 지닌 김진우(21)가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올 시즌에 뛸 수 없게 되었다. 그 빈자리에 누구를 넣을 것인가. 리오스와 최상덕이 선발진의 원투 펀치로 나선다. 리오스는 감정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최상덕은 위압감을 주지 못해 15승 투수라기보다는 10승대 투수로 평가받는다. 지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한 뼘’이 모자라 한국 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기아로서는 단기전을 버텨줄 제1 선발이 절대 필요하다.
한화-5
수비 기호 5번. ‘핫 코너’라고 불리는 3루수 자리의 새 주인 엔젤 페냐의 수비 능력이 미지수다. 5번 타순에 자리매김한 페냐(KBO 등록 이름)는 타격은 검증받았지만 수비는 ‘글쎄’다. 미국에서 포수와 1루수로 뛴 적은 있지만 3루수로 풀 시즌을 뛴 적은 없다. 또 커다란 덩지(100㎏으로 등록되었지만 120㎏으로 추정된다) 탓에 발놀림이 민첩하지 못한 것도 약점이다. 웬만큼 발 빠른 타자는 그의 앞쪽으로 기습 번트를 자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가 불안해지면 자연히 공격도 흔들리게 된다. 그럴 경우 데이비스-김태균을 받쳐주는 5번 타순의 무게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페냐를 지명 타자로 기용할 경우 주전 유격수 후보인 이범호나 백재호가 3루를 지켜야 한다.

LG-7
선발 투수. 그 가운데서도 경기를 시작해서 7회까지 버텨줄 수 있는 안정된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 후타도와 지난해 탈삼진왕 이승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정도다. 장문석·김광삼·서승화 등 나머지 선발 후보들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원호·오승준 등 그 자리를 메울 후보가 초반에 제 컨디션이 아닌 것도 문제다. 심수창·정재복 등 신인급 선발은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모자란다. 7회 이후에 마운드에 올라야 할 셋업맨 이동현이 앞(선발)으로 갈 경우에는 그 자리를 메울 뚜렷한 대안이 없다. 공격력이 강한 LG는 선발 투수가 7회를 버텨주는 게임은 모두 이긴다고 계산하고 있다.

두산-4
포 배거(four bagger), 즉 ‘홈런’을 펑펑 때려줄 거포가 없다. 투수력은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지만 정작 점수를 뽑아줄 타선이 다른 팀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 가운데서 가장 모자라는 것이 장타력. 4번 타자 김동주 외에는 이렇다 할 거포가 없고 운동장도 가장 넓은 잠실구장이어서 올 시즌 팀 홈런 수가 가장 적을 것 같다. 공격의 물꼬를 터줄 타자도 4와 인연이 있다. 등번호 4번인 중견수 전상렬. 그의 출루율이 4할대를 기록할 수 있느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4년 전 홈런을 펑펑 때려주던 우즈·심정수를 비롯해 진필중·심재학·정수근을 다 팔아먹은 결과다.

롯데-9
마지막 9회를 든든히 막아줄 마무리 투수가 없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겨울부터 박석진-이정훈 더블 스토퍼를 고려했으나 부상에서 회복된 박석진의 구위가 기대에 못 미쳤다. 시범 경기 동안 이정훈을 테스트했지만 구위가 마무리로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양감독은 시범 경기가 끝나고 “마무리 투수가 가장 큰 고민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어쩌면 타자 2명으로 이루어진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사람을 투수로 교체해 마무리를 맡길지도 모른다. 지난 3년간 롯데가 최하위에 머무른 것도 믿음직한 마무리와는 거리가 있는 강상수·임경완 같은 소방수들에게 의존했던 탓이다. 그 해묵은 숙제를 올해도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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