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 펼친 국악의 미래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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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캐나다 토론토 시. 이곳은 분명 국악의 변방이다. 그러나 캐나다국악원장 유 경씨(31)는 이역 만리 떨어진 이 국악의 변방에서 국악의 미래를 열어갈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해금 연주자인 유씨가 토론토에 국악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국악 공연을 위해 토론토를 방문한 국립국악원장의 권유를 받고 그는 캐나다국악원을 설립했다. 1999년 10월 캐나다국악원을 비영리 단체로 등록한 유씨는 그 해 12월 첫 국악감상회를 열었다.

캐나다국악원이 그동안 이룬 성취는 눈부시다. 30회 넘게 국악감상회를 연 것을 비롯해 매년 정기 연주회를 열어 국악의 지평을 넓혔다. 유씨는 국악이 민속악으로만 비치지 않도록 사물놀이와 부채춤뿐만 아니라 정악과 가곡까지 연주에 포함해 깊이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캐나다국악원 활동을 하면서 유씨는 틈틈이 국악의 세계화 작업도 병행했다. 토론토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못지 않은 공연 예술의 중심 도시여서 토론토에서 인정받으면 국악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악을 편곡해 색소폰 연주자인 데이비드 모트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카츠 등과 함께 협연하며 국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했다.

이처럼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캐나다국악원은 아직 변변한 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수입원도 없어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후원회원들의 도움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유씨는 공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면 다음 공연에 모두 쏟아 붓는다. 지난해 거둔 공연 수익금도 올해 고국에서 천안국악관현악단을 불러오는 데 모두 재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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