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 ‘부들부들’ 인간 천적들
  • 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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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중학교 과학 교사 정회함(40·왼쪽)·박용오(37) 씨는 전국에 널리 알려진 ‘황소개구리 천적’이다. 두 교사는 환경부가 황소개구리를 잡으면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정해 주기로 하고, 전남도의회가 최근 추경예산을 4천만원 편성해 황소개구리 포획자에게 마리당 천~2천원씩 포상금을 주기로 하게 하는 등 대대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운동에 불을 당긴 주인공들이다.

미국이 원산지인 황소개구리는 73년 식용 목적으로 일본에서 수입되었으나 관리 소홀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호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번져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있다. 주로 늪지에 살면서 양서류·갑각류·뱀은 물론 곡식까지 먹어치우는 잡식성인 데다 1마리당 평균 2만개씩 알을 낳아 부화율이 거의 100%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정회함씨가 황소개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4년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미국자리공 같은 외래 동식물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문제를 연구해 오다 황소개구리의 피해를 실감하고 동료 교사 박용오씨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두 교사는 2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지난해 전국과학전람회에 ‘황소개구리의 생태적 특성과 이용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출품해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황소개구리가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성인병 예방 식품용으로 적격이라는 데 착안해 내친 김에 황소개구리 탕·튀김 등 식품을 개발하고 가죽으로는 지갑·핸드백·벨트 등 피혁 제품을 제작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11일 영산강변에서 천여 명이 참가한 황소개구리 잡기 캠페인 대회가 열렸고, 머지 않아 광주에서 ‘황소개구리 퇴치운동본부’가 결성될 예정이다. 주말마다 학생들과 함께 황소개구리를 잡으러 나선다는 정회함 교사는 “우리 고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사람밖에 없다. 황소개구리연구소를 설립해 퇴치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라고 의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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