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나서 더 좋아진 회사
  • 丁喜相 기자 ()
  • 승인 199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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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도를 기업의 끝이라고 하지만 ‘부도 나서 좋아진’ 회사가 있다. 강원도 문막에서 27년간 테프론을 제조해 반도체·화학 공장에 공급해 온 (주)한발 테프론(대표 한상대·50·사진 왼쪽)이 그 주인공이다.

(주)한발 테프론이 부도 난 때는 지난 1월19일이었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원료를 6개월치 수입했으나,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부도 직후 경영자의 집이 차압된 것은 물론이고 공장과 집기에도 압류 딱지가 붙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15일 예상치 못한 ‘구세주’가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기업 합병·매수 전문 업체인 안진회계법인이 회사 재무제표를 보내 달라고 한 것이다.

한상대씨는 영문도 모른 채 재무제표를 보내주었는데, 얼마 후 난데없이 미국에 있는 엠펫 사로부터 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쫓기는 처지여서 출국할 수 없다고 하자 엠펫 사 사장과 중역이 직접 찾아왔다. 이어 전개된 협상 결과 엠펫 사는 당장 모든 채무를 해결하고, 5백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종업원 급여도 작년 연봉 기준으로 50% 인상키로 했다.

“채권자들에게 쫓겨다니다가 하루아침에 오히려 큰소리 치는 신세가 됐다”라고 말하는 한씨는, 앞으로 사업을 늘려 실직한 내국인 기술자들을 채용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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