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한나라당 부총재“현정권에서 내각제 불가능”
  • 金在日 부장대우 ()
  • 승인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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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각제에 대해서 현실론자입니다. 아무리 국민한테 약속했다 할지라도 어느 대통령이 내각제로 개헌하려고 하겠어요. 내각제가 좋은 제도이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겁니다.”
5공과 6공, YS 문민 정부, 그리고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중요한 대목마다 큰 흐름을 주도한 김윤환 한나라당 부총재. 그는 거대 야당의 당권 투쟁과 정계 개편 와중에서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원래 여당·권력·기득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한나라당이 야당이 된 후 누구보다 철저한 야당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선 직후 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에 앞장서는가 하면 지방 선거 후 전당대회 조기 실시를 가장 강경하게 주장하는 등 당권 쟁취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8월 3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에 대한 강한 집념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을 자신이 있습니까?

2개월 반 남았으니 좀더 기다려 봐야지요. 어떤 양식으로 누가 어떻게 입후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야 물론 자신 있지요.

이회창 명예총재와 단일화가 잘 되겠습니까?

꼭 (이명예총재와) 단일화해야 할 이유가 뭡니까? 어느 후보도 단독으로는 당권을 획득할 수 없고, 세력간 합종 연횡과 연대를 통해야 합니다. 어떤 구도로 (연대가) 될지는, 당내 역학 관계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연대 상대가 반드시 이회창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주가 주축이 되어 대선을 치렀다고 인식하고 있어서 제가 연대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볼 수 있겠지요.

언론의 계보 분류를 보면 이회창 계보가 가장 큰 걸로 돼 있습니다. 허주계에서 꽤 많이 이동한 것 같은데, 동의하십니까?

(웃으며) 뭐 그건 신문기자들이 편의로 분류한 것 아니겠어요? 사실 이회창씨 자신도 인정하지만, 언제 (이회창) 계보가 있었나요? (이씨가) 당에 들어온 후 허주계를 중심으로 경선과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겹친 부분이 많아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요즘 언론의 계보 분류는 편의적인 걸로 봅니다.

그러면 누구 세가 더 큽니까?

제 스스로 많다고 하기는 좀 우습고… 계보라기보다도 대충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제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언론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 아니겠어요?

여권의 정계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 과반수를 깨는 걸 말합니까, 아니면 TK와 연대를 말하는 겁니까? 한나라당 과반수 깨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여당은 원을 구성하기 위해 야당의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국민회의가 제 1당이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정치적·정책적으로 여야가 협력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게끔 여당이 적극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역 연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디 지역 정서로 볼 때 가능하겠습니까? 대선 이후 지역 감정이 더 심해진 것 아닌가요? 지역 화합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협조, 동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면 한나라당 단독으로 과반수는 곤란한 것 아닙니까?

왜 안됩니까? 미국은 야당인 공화당이 과반수를 넘지 않습니까. 문제는 그런 정치 문화가 없기 때문인데, 그 정치 문화를 야당이 만들어야 합니까? 당연히 여당이 만들어야지요. 또 우리 당 과반수가 무너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제 1당이니까, 의장 직은 우리에게 줘야 합니다. 그건 세계적인 관례 아닙니까.

혹시 여권에서 국회의장 직을 제의한다면 받을 겁니까?

(고개를 흔들며) 제의할 턱도 없고, 의장은 상징적인 존재인데 저는 아직 정치적 역할을 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뭐 정치를 그만두란 이야깁니까?

지역연대론이 나오면서 여권이 김부총재에게 손을 내미는 듯이 보였고, 김부총재도 처음에는 융통성을 보이다가 나중에 거부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때 지방 선거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즉각 대응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지역 연대를 위해서 여권이 저에게 정식으로 어떤 제안을 한 게 없습니다. 동서가 화합하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어요. 방법이 문젭니다. 지역 연대보다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로서는 우선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고, 여당은 동서 화합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내야겠지요. 예를 들어 공정한 인사와 국토를 균형 있게 개발할 제도를 만든다든지, 국회의원 선거법을 고쳐서 호남에서도 야당 사람이 당선되고, 영남에서도 여당 의원이 나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든가 말입니다.

그럼 여권에서 거론되는 정당 명부식 선거제도를 찬성하십니까?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제가 예전부터 주장해 왔던 겁니다. 3분의 2는 소선거구제로, 3분의 1은 정당 명부 식으로 국회의원을 뽑자는 겁니다. 다만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경우 지역 선거구에서 떨어진 사람을 정당 비례로 옮겨 당선시키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 동양 사람 정서에는 맞지 않아요. 일본에서도 그대로 했다가 바꾸었어요.

내각제론자로서 내각제를 공론화할 생각은 없습니까?

제가 왜 내각제론자입니까. 아니에요. 저는 내각제에 대해서 현실론자입니다. DJ와 JP가 내각제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 아닌가요. 아무리 국민한테 약속했다 할지라도 어느 대통령이 내각제로 개헌하려고 하겠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내각제 하자는 소리를 할 수 있습니까? 내각제도 하나의 좋은 제도이고, 3당 합당 때 내각제를 하려고 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파나 정당이 반대하면 안됩니다. 아무리 두 사람이 합의했다고 해도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내각제가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겁니다.

김부총재는 여당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야당이 된 후 적응이 잘 됩니까?

(주저없이) 잘 되지요. 원래 저는 야성이라고요. 제가 여당에 있었다고 해서 권력에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니잖소, 정치를 만들어 왔지. 권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정치적 역할을 해 왔지요.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지만 6월 항쟁, 6·29 선언, 3당 통합, 문민 정부 탄생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여당 출신이 야당 한번 안 거치고 정치인으로 성숙하겠어요?

야당이 된 후 계보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만.

왜 돈이 없어서 못합니까? 돈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거지 방법이 있나요.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지, 뭐 돈으로 (관리를) 합니까? 여당 때는 후원금을 갖다 주던 사람도 야당이 되니까 많이 떨어져 나간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돈) 안 쓰고 정치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는 묻지도 않은 대목을 말했다) 역대 정권에서 정치 핵심에서 역할을 해온 사람이니까 뭐가 터지면 허주가 관련된 거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청구만 하더라도 대구 기업이니까 허주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건데, 제가 대구 기업에서 정치 자금 뜯어 왔다거나 비리가 있었다면 여기까지 왔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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