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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가, 혹세 무민인가" 신과학 논쟁 가열

新과학 논쟁 가열…“새 문명 창조의 길” “허황한 사이비” 극한 대립

金恩男 기자 ㅣ 승인 1998.09.17(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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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선도 과학인가, 세기말 풍토를 반영한 사이비 과학인가. ‘신(新) 과학’을 둘러싼 논쟁이 국내에서도 본격 시작될 조짐이다. 강건일 한국의사(擬似)과학문제연구소장(전 숙명여대 교수·약학)이 <신과학은 없다>는 단행본을 펴내 ‘신과학 비틀어 보기’의 실마리를 제공한 덕분이다.

한국에 신과학이 소개된 지도 벌써 10여 년. 대우학술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신과학연구회’를 결성했던 때로부터 따지면 14년이 다 되어 간다(신과학이라는 말은 이들이 처음 사용했다). 그런데도 이제껏 신과학에 대한 비평이 진지하게 제기된 일은 없었다. 과학 평론가 김동광씨(<과학세대> 대표) 표현을 빌리자면, ‘두 가지 문화’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한국 사회에서 주류 과학자 집단이 신과학을 부르짖는 일단의 과학자들을 이단인 양 철저하게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신과학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까닭

그런 반면 외국에서는 이미 신과학이 태동한 70년대부터 쟁쟁한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미국의 ‘초과학 조사위원회’(CSICP)처럼 신과학 조사 및 계몽 활동만 전담하는 과학자 단체가 있을 정도이다. 76년 폴 커츠 교수(뉴욕대·철학)가 주도해 결성한 이 단체에는 칼 세이건(96년 작고)·아이작 아시모프·제임스 랜디·마틴 가드너 같은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부 과학자가 지적한 대로 사실 ‘신과학’이라는 조어 자체는 매우 우스꽝스럽다. 어느 시대에나 과학이란 본질적으로 ‘새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등장한 신과학은 ‘새것(new science)’이라기보다 ‘새 시대 과학(new age scienc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근대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된 기계론적 세계관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와 맹점을 지적하며, 기존 과학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것이 신과학이다. 이 과학은 분석적·개별적인 ‘요소 환원주의’로 세계를 해석해 온 기존 과학과 달리 모든 현상에 대해 총체적이고 전일적(全一的)인 접근을 시도한다.

서양에서도 신과학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극단의 평가가 엇갈려 왔다. 긍정적인 이들은 신과학을 지동설·상대성 이론·양자 역학 등장에 비견할 만한 인식 체계(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고 표현한다. 부정적인 이들의 반응은 정반대이다.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대중 과학자 칼 세이건은 생전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신과학은 21세기를 비추는 서광이기는커녕 중세 이전 미신의 암흑으로 인도하는 길이다.’(<귀신이 나오는 세상>)
그렇다면 신과학은 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일까. 강건일 소장은 이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는, 신과학 자체가 지닌 결함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의 유사성을 통찰한 프리초프 카프라에서 ‘혼돈 이론’을 전개한 제임스 글리크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신과학 이론들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되어 있다. 한 예로 신과학의 대표 주자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을 발표해 지구가 자율적인 제어 체계를 갖춘 유기적 조직체라고 주장했지만, 지구상의 생명체는 일련의 우연에 의해 생겨나고 유지되고 있다는 반박 또한 거세다.

이론이 가진 결함 못지않게 큰 문제는 신과학자들이 과학적인 언어와 검증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일론적인 믿음을 가졌다면 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 정통 과학 이론으로 정립하면 될 텐데, 신과학자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기성 과학 모델을 세차게 공격하는 것으로 자기 모델이 입증된 양 주장한다는 것이 강건일 소장의 비판이다.

이를테면 인체를 기(氣)의 흐름이라고 이해하는 동양 의학은 그가 보기에 근대 이전의 서양 의학과 다를 바가 없다. 16세기에 하비가 등장해 ‘혈액 순환설’을 제기하기까지 서양 또한 ‘프네우마’라는 만유 생명력 내지는 영적인 흐름이 인체를 움직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뒤 3백 년 가까이 논쟁을 거듭한 서양 의학계는 정신과 육체를 분리함으로써, 즉 육체로부터 프네우마를 완전히 몰아냄으로써 현대 의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서양 의학이 자기 부정을 거듭하는 동안 기 이론으로 구축된 동양의 방대한 의학 체계는 2천 년 전 처음 그대로의 상태로 남아 있었다. 강소장이 보기에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 이론은 과학이 아닌 사색적·철학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침술이 인체에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가짜 약을 투여해도 일정한 약효가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신과학자들은 이같은 판단을 거부하고 서양 의학의 대안으로 동양 의학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기 이론을 과학적으로 설명·입증하려고 노력해야 할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강소장의 주장이다.

재현성 또한 문제이다. 강소장은 신과학자들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실험 대부분을 다른 과학자가 재현하는 데 실패했음을 지적한다. ‘한국의 신과학 추종자들이 꿈의 신기술처럼 광고하는’공간 에너지·상온 핵융합 관련 기술들이 대표적인 예이다(75∼76쪽 딸린 기사 참조).

초감각적 지각(ESP)이나 염력(PK)에 대한 실험들도 마찬가지로 재현에 대부분 실패했다. 금세기 최고의 초능력자로 알려진 유리 겔러조차 초과학심사위원회의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파인먼 앞에서, 그림 알아맞히기(투시력)와 열쇠 구부리기(염력) 실험에 연거푸 실패한 겔러는 “나의 능력이 항상 오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이 능력이 오는지 나도 모른다”라고 중얼거렸을 뿐이다.
피라미드 속 우유는 왜 썩지 않았을까

이같은 강소장의 주장에 대해 신과학자들은 비판할 가치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발을 디디고 있는 지점이 생판 다르기 때문이다. 신과학 전문 잡지인 <지금여기> 편집인 이원규씨는 강소장이 신과학에 불리한 증거만을 편파적으로 가려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리 겔러가 73년 스탠퍼드 연구소 실험에서 초능력을 입증받았는데도, 이 실험은 실험자가 ‘양(羊)’이었기 때문에 믿기 어려운 결과라는 식으로 넘겨 버렸다는 것이다.

양과 염소. 이는 학술적인 용어로 믿는 자(양)와 회의론자(염소)를 가리킨다. ‘양과(科) 실험자’는 ‘염소과 실험자’보다 일반적으로 마술사의 속임수를 알아채는 능력이 둔하며, 초능력자가 능력 실험에 실패한 것을 목격하고도 실험 도중 능력이 나타났던 것처럼 믿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 이제까지 심리학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이다.
그러나 신과학자들은 이를 전혀 다른 문맥으로 받아들인다.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양이 순진하게 속아넘어간 것이 아니라 피실험자에게 더 긍정적인 파동을 보내 주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예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읽는 실험을 하면서 실험자가 피실험자에 대해 긍정적인 지지를 마음 속으로 계속 보내면 글자를 맞출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 이원규씨의 주장이다.

방건웅 박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는 이에 대해 아직껏 사람의 ‘마음’을 실험 대상에 올려 본 적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말이 상징하듯 사람의 마음은 재현성이 낮다. 하물며 물질 이외의 요소를 철저하게 배척하는 기존 과학의 틀로는 이를 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과학의 가장 큰 특징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지 않고 전일적으로 파악하는 것임에도, 인간 정신을 규명·측정하는 것은 아직 미개척 영역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문조 박사(CFC 대체연구센터장) 또한 “같은 조건이 주어졌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기존 과학이 말하는 재현성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조건이라는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정박사는 지난해 피라미드 구조물 안에 우유를 넣어두는 실험을 한 일이 있다. 1주일 뒤 정박사는 깜짝 놀랐다. 피라미드 중심 축에서 3분의 1 되는 지점에 놓은 우유가 그때까지 썩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을 거듭할수록 그같은 현상은 나타나기도,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정박사는 태양 흑점 온도, 밤과 낮의 차이, 주변 전자파 영향 따위가 거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곧 자연계에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변수’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 과학자와 강건일 소장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세계관에 있다. 방건웅 박사는 “기존 과학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가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열역학 법칙이건 양자역학 법칙이건 기존 과학으로 해석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열린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거나, 최소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라는 것이다. 이같은 자세가 아니고는 21세기를 앞두고 인간이 직면한 4대 문제(식량 부족·보건 의료·환경 오염·에너지 고갈)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강건일 소장은 ‘오컴의 면도날’을 내세운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관찰한 사실을 설명해 줄 두 가지 이론이 있다면 둘을 구별할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그중 좀더 단순한 것을 택해야 한다’는 철학적 원리이다. 새로운 물리 법칙이나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과학 기술로 사람들을 현혹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강건일 소장이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는 데는 현실에서 나온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과학철학을 중심으로 신과학을 소개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과학자들은 뉴에이지 작가들의 픽션까지 무분별하게 신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신과학을 비판의 도마에 올린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만이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과학자 집단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백마리째 원숭이’처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실험 내용을 신과학 관련 책에 버젓이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왓슨의 <생명 파동>으로 널리 알려진 이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 고시마라 섬에 원숭이 한 무리가 살았다. 어느날 영리한 암컷 한 마리가 흙 묻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방법을 발견하자 다른 원숭이들도 이를 흉내냈다. 그런데 백마리째 원숭이가 이를 따라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핵 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원숭이 무리 전체에 이 방법이 급작스레 전파되면서 고시마라 섬과 접촉이 없는 다른 섬의 원숭이들까지 이를 흉내내게 된 것이다.’

신과학자들은 이를 집단 의식의 출현이라고 이해한다. 임계질량(백마리째 원숭이)을 초과해 출현한 집단 의식이 생태장을 통해 동종 생물에 전파된다는 것이다. 셸드레이크의 ‘형태장’ 이론도 이와 유사한 발상을 깔고 있다. 그러나 강건일 소장은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가와이 마사오(일본 영장류동물연구소장)의 증언을 빌려 이것이 픽션이라고 주장한다. 고구마를 씻는 행동이 전파되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거나 다른 섬에 이 행동이 전파되었다는 증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신과학의 본질은 ‘과학의 제자리 찾기’

이처럼 ‘연구실 가운을 벗어던진’ 과학자에 언론인·정치인까지 합세해 온 국민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 강건일 소장의 비판이다. 신비주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남발하고 정신과학진흥법(가칭) 따위를 추진하는 것이 좋은 예라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김동광씨는, 신과학이 신비주의적으로 기우는 경향은 경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신과학의 흐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정문조 박사 또한 신과학을 일단 ‘허황된 것’으로 규정하는 과학자·기술 관료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과학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다고 ‘신비’라는 딱지를 붙여 버리면 공개적인 토론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실제로 한국정신과학회에 실린 논문들을 기존 과학계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프리초프 카프라가 훗날 ‘영성’을 강조한 데서 알 수 있듯 신비주의적인 흐름도 분명 신과학의 한 갈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신과학의 본질이 ‘과학의 제자리 찾기’라는 데 과학자 대부분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세기말의 신비주의 흐름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한때 자기가 몰아냈던 신학보다 오늘날 더 독단적인 지위를 구축한 과학에 제자리를 찾아주기. 신과학 논쟁은 이쯤에서 합의점을 이끌어내야만 할 듯하다.
한국정신과학연구소 ‘기 측정→건강 상태 파악’ 장치 등 개발

96년 8월21일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부)에 한 연구소의 재단법인 설립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과기처에서는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이례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연구소측이‘기(氣)의 전자기적인 특성 분석’‘기능수’ ‘뇌파를 이용한 명령 제어 시스템’‘영구 동력 장치’‘텔레파시 통신 개발’과 같은 ‘황당한 연구 주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설립 건은 차관 전결 사항이었지만, 이 건은 장관에게까지 올라가는 우여곡절 끝에 96년 9월24일 허가가 났다. 이처럼 ‘재단법인 한국정신과학연구소’는 신과학이 과학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 속에서 간신히 공식적인 지위를 얻었다.

‘기과학’과 ‘정신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이 연구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0여 명의 연구 인력은 황당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연구들을 더디게나마 현실화하고 있다. 기과학연구부 전재용 연구원은 “정말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싶었다. 그 가능성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재 개발이 끝나 머지 않아 일반인에게도 선보일 ‘상품’은 두 가지. ‘키를리안 영상 촬영 장치’와 ‘생체 공명 측정 시스템(BRS)’이다.

손(발)가락에 높은 전압을 걸면 불꽃(코로나 방전)이 튀는데, 키를리안 촬영 장치는 이 불꽃의 영상을 촬영하는 일종의 사진기다. 이 영상의 밝기나 형태 등을 분석하면 생명체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미약 자기장 혹은 기 측정 장치로 알려져 있는 생체 공명 측정 시스템도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기기.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알 수 있어 의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많다.

이 연구소의 박병운 소장이 다크호스로 소개하는 다음 작품은 활수(活水) 장치와 뇌파를 활용한 두뇌 개발 게임 장치. 활수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수 차원을 넘어 살아 있는 물을 만드는 실험. 박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 상태의 물에 어떤 작용을 가해 독특한 정보를 가진, 가령 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정보를 넣은 기능수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지금까지가 기과학에 속하는 개발 상품이라면, 두뇌 개발 장치 등은 인간의 정신 능력을 향상시키는 정신과학 분야에 속한다. 연구소측은 생각만으로 텔레비전 같은 기계를 조작하고 명상 상태에서 게임을 즐기며 나아가 사람의 정신 능력을 극대화하는 여러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공간 에너지 활용 기술 개발하면 세계 제패

아직 걸음마도 못 떼고 있지만 박소장이 가장 욕심을 내는 분야는 공간 에너지 활용 기술이다.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에너지를 활용 가능한 에너지 형태로 만들어 뽑아 쓴다는 것으로, 열역학 법칙이 지배해 온 지금까지의 과학 기술 개념으로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공간 에너지 활용 기술이 실패로 끝났지만, 폴 바우만이라는 스위스 사람이 개발한 ‘M-L 변환기’는 지금도 저절로 작동하고 있어 가장 신뢰도가 높은 공간 에너지 발전 장치로 알려져 있다.

공간 에너지는 거대한 송·배전 설비가 필요없다. 발전소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한다면, 이 공짜 에너지를 실용화했을 때의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기술을 선점하는 나라가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이다.

한국에서도 9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주축으로 연구·자문 위원 30여 명이 참여해 ‘공간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기획 조사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공간 에너지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피라미드 힘’ ‘보텍스 이용 기술’ ‘기 측정’ ‘파동 치료법’ ‘상온 원소 변환’ ‘뇌파 이용 기술’ ‘신농업 기술’ 같은 기술은 본격 연구를 해볼 만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 연구를 의뢰한 과학기술부는 연구 결과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간 에너지 같은 신과학 기술은 허황해서 재정 지원을 할 연구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신과학은 기존 과학계로부터 사이비(의사) 과학이라는 ‘박해’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신과학 연구 물결은 거세다. 미국에서는 93년 민간 단체인 뉴에너지 연구소가 만들어져 공간 에너지 연구에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상온 핵융합 연구에 1백50억원을 지원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생체 기 에너지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도 국립원자력연구소를 중심으로 초효율 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구 기관으로는 한국정신과학연구소가 유일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신과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충웅 교수(서울대·전기공학)를 비롯해 오흥국 교수(아주대·기계공학), 최동식 교수(고려대·화학), 김영태 교수(충남대·농생물학), 조장희·윤경석(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허창욱 박사(한마음에너지과학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추어 발명가들이 공간 에너지를 이용한 초효율 장치를 제작한 예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연구나 시도 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관련 단체도 생겨났다. 94년 설립된 한국정신과학학회(회장 이충웅)는 해마다 두 차례 학술 발표회를 열고 있으며, 회원 수도 8백70명에 이른다. 생명체에서 발생하는 파동 현상을 연구하는 응용미약자기에너지학회(회장 박만기)도 있다. 지난해 대진대와 아주대에서도 신과학에 관심을 가진 교수들이 신과학연구소를 만들어 본격 연구에 뛰어들었다. 조계종 한마음선원이 설립한 한마음심성과학연구원(원장 청아 스님)은 불교 사상에서 출발해 신과학을 들여다보는 특이한 단체이며, 이 선원의 지원인 한마음에너지과학연구소(소장 배연수)는 초효율 발생 가능성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신과학 분야의 정보 수집 및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미내사’(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 클럽도 신과학 전파에 애를 쓰는 단체다.

지난해 〈신과학은 세상을 바꾼다〉는 책을 펴내 신과학 열풍을 일으켰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신과학을 연구할 잠재 인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신과학 연구에 국력을 결집해 승부수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한국인은 서양인과는 달리 모든 현상을 총체적으로 보는 신과학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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