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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노사정 위원장“정계 개편 멀지 않았다”

“지자제 선거 전후로 정치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정치 질서가 형성되리라고 봅니다. 외부 작용이나 사람 빼내오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의해서 말입니다.”

기자 ㅣ 승인 1998.02.26(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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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여권에서 조용하게 그러나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중진이 있다. 한광옥. 그는 ‘골치만 아프고 실속은 없다’는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불과 20여일 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냈다. DJP 연대를 이끌어내면서 ‘협상의 명수’라는 찬사와 함께 일약 DJ 정권의 신실세로 떠오른 한부총재는 요즘 노동부장관·통일부장관·안기부장 설, 서울시장 후보설에서 당권 도전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중용설이 나돌고 있다. 동교동계로 당내 국가전략회의 의장이라는 중책도 겸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거취를 당선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큰 그림을 갖고 있다’며 당권과 관련한 속내를 슬쩍 내비쳤다.

한부총재께서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최근 언론에 나왔습니다.

언론이 확대 해석한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기자가 묻기에 개인적으로는 당에 남고 싶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선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당권 도전으로 해석한 겁니다.

당권에 도전할 의향이 없다는 얘기입니까?

이 시점에서 당권이라는 말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새로운 정권이 막 출범하고 또 지자제를 눈앞에 두고 당이 똘똘 뭉쳐야 할 시기에 당권을 말한다는 것은…. 남들에게는 고통 분담하라고 하면서 저는 딴소리 할 수 있나요. IMF 체제에 걸맞지 않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안기부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통일부장관·노동부장관에서 서울시장 후보설·당권 도전설까지 막 나오던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것저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아니고, 당선자에게도 도리가 아닙니다.

당내 중진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텐데, 한부총재께 한 자리를 고르라고 한다면요?

하나 골라 주세요.(웃음) 좁은 시각에서 누구는 이리 가고 누구는 저리 가고 하는 식으로 보지 맙시다. 저의 경우 DJP 단일화 협상을 할 때 어떻게든 DJ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뛰었고, 노·사·정 협상 역시 당선자로부터 국정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일익을 담당하라는 지시를 받고 일했습니다.

벌써부터 신여권 내부에 미묘한 힘 겨루기 양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과 내각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쪽입니까?

저는 이것이 안되면 저리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또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놓치지도 않고요. 우리가 5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었는데 저에게도 어떤 역할이 오지 않겠습니까. 나름으로 훈련을 쌓으면서 내실을 기할 것입니다. 저라고 왜 큰 그림을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청와대 수석 비서와 각료 임명 과정에서 당료파가 소외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동교동 가신들이 공직을 일절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직 취임식도 안했는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동교동 측근들은 당선자께서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사람들의) 벽에 싸이지 않도록 그 벽을 허물고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건의하고 직언도 많이 해야겠지요. 청와대에 들어가면 정확한 여론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국민회의가 현행 소선구제 일부 보완을 주장하는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중·대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IMF 체제에서 모든 분야가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합니다. 돈 안들고 효율적인 선거를 위해 정치 지도도 바꾸어야 하겠지요. 다만 인기 위주가 아니라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국회의원 2백99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또 지구당 폐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딱 잘라서 많다 적다고 말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행정부의 경우 2명이면 족한데도 10명이 넘는 불합리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는 시정해야지요.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문제는 지방 의원 등 여러 가지를 종합 분석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지구당은 연락소 정도가 적합치 않을까요? 지구당 경조사비는 정말 대폭 줄여야 해요.

한나라당 집안 사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정치권에 어떤 변화가 올 것 같습니까?

지자제 선거 전후로 정치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여러 계파가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자연스럽게 새로운 정치 질서가 형성되리라고 봅니다. 외부 작용이나 사람 빼내오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의해서 말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이 김종필 명예 총재 총리 인준을 반대하고 있는데, 과연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요?

당선자께서 취임하고 나면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새 대통령의 첫 작품인데 큰 틀에서 야당이 협조하는 것이 상도이자 정도라고 봅니다.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들을 가까이 접하면서 실업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꼈습니까?

그건 두말할 여지가 없지요. 참, 정리 해고라는 말은 고용 조정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업주들은 경제난을 빙자해 근로자를 마구 해고해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실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금 모으기 운동처럼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실업자 기금을 모으고 대책 기구도 만들어야 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랍니다.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언제였습니까?

노사간 불신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불신이) 보통 깊은 게 아니었어요. 하긴 50년 만에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가 마주앉은 자리였으니까요. 노조 전임자 무임금 조항을 없애면 퇴장하겠다는 사용자측을 애써 설득하고, 최종 합의서가 발표되기 직전 민노총이 전교조 문제를 들고나왔을 때가 가장 진땀 났습니다.

많은 불씨를 안고 있는 전교조 문제가 과연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국제노동기구(ILO) 수준의 노동 정책을 편다면서 교원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문제는 국민 정서인데, 교육계 내부에서도 불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을 해소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요. 지금 전교조는 실체가 있습니다. 노동·인권 차원에서 적어도 교원들의 단결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국제적인 대세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정권에서 집권 여당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국민회의가 원내 소수 여당이므로 내부적으로 집권당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당선자께서 국정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 중진들은 이런 역할에 앞장설 것입니다.

여당 실세라는 실감이 납니까?

아직도 ‘우리 야당’이라는 말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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