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 감독의 극장과의 ‘전쟁’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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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배경윤 감독(35)은 항상 시네코아 극장 앞에 있었다. 서울국제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자신의 영화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영화제에 출품된 유일한 한국 장편 영화이면서도, 외국 작품에 가려 주목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그는 직접 홍보 전단을 만들어 관객에게 나누어 주었다. 홍보 문안에는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이 극장에서 개봉될 경우, 수익금으로 단편 영화 제작을 지원하겠다는 계획까지 덧붙였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의 절망을 그린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은 배감독이 1억3천만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마련하고 연출·편집·촬영을 도맡은, 말 그대로 저예산 독립 영화이다. 96년 완성되었으나 대기업들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개봉은커녕 비디오 판권조차 팔지 못했다. 배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해외 영화제였다. 몬트리올·만하임·하이델베르크 영화제 등이 배감독의 작품을 초청했던 것이다.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우리 관객과 만나야 한다고 판단한 배감독은 직접 홍보에 나섰다.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관객과 만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 내 작품이 몇 점이나 되는지 평가받고 싶다.” 지성이면 감천. 요즘 배감독은 몇몇 극장과 개봉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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