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의 절망을 그린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은 배감독이 1억3천만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마련하고 연출·편집·촬영을 도맡은, 말 그대로 저예산 독립 영화이다. 96년 완성되었으나 대기업들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개봉은커녕 비디오 판권조차 팔지 못했다. 배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해외 영화제였다. 몬트리올·만하임·하이델베르크 영화제 등이 배감독의 작품을 초청했던 것이다.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우리 관객과 만나야 한다고 판단한 배감독은 직접 홍보에 나섰다.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관객과 만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 내 작품이 몇 점이나 되는지 평가받고 싶다.” 지성이면 감천. 요즘 배감독은 몇몇 극장과 개봉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