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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하는 것마다 대박 터뜨리는 ‘나영석 사단’의 성공 코드

‘보편적인 것들 속의 특별함’에서 ‘일상의 특별함’으로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2(Sat) 16:20:33 | 1435호

 

나영석 PD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바로 ‘연전연승’이다. 사실 예능 PD들에게 이 수식어는 놀라움 그 자체다. 제아무리 뛰어난 PD도 만드는 것마다 성공시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영석 사단’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1박2일》부터 《윤식당》까지 연전연승의 기록

 

2010년 강화도 교동에서 찍은 KBS 《1박2일》은 무려 43.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이런 기록을 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듯 붙던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민예능’ 《1박2일》의 탄생이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나영석 PD는, 그러나 KBS를 나와 CJ E&M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 《꽃보다 할배》. 첫 시청률 4.1%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6%를 간단히 넘겼고, ‘그리스편’은 9.5%의 최고 시청률을 냈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에선 놀라운 시청률이었다. 스핀오프처럼 시작한 《꽃보다 청춘》도 5%에서부터 11%까지 기록했고, 《꽃보다 누나》 역시 9.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영석 PD가 거둔 연전연승 신화의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꽃보다’ 시리즈에서 비롯되어 나온 《삼시세끼》는 ‘시즌1’이 8.9%를 기록했고, ‘어촌편’은 무려 13.3%를 기록했다.

 

나영석 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연전연승’ 가도를 달린다. © tvN·KBS 제공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기대치만큼의 성적을 거둔 건 아니었다. 이를테면 《신서유기》는 애초에 인터넷과 방송을 결합하는 나 PD의 예능으로서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지는 모험적인 실험이었다. 물론 3% 이상의 시청률과 천문학적인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지만, 워낙 ‘나영석표’ 예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터라 상대적으로 아쉬운 목소리들이 많았다. 또 최근 방영됐던 《신혼일기》 역시 안재현과 구혜선 실제 부부의 리얼리티쇼라는 모험을 강행했지만, 시청률은 5%에 머물렀다. 이 역시 케이블에서는 좋은 성적이지만, 이미 10%를 기대하게 만든 나 PD에게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잠깐 주춤하던 모습은 《윤식당》이 새롭게 방영되면서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3회 만에 11.2%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나영석 사단 예능의 또 다른 기록을 남길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되고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연전연승의 기록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나 PD가 생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독특한 특징에서 비롯된다. ‘보편적인 것들 속의 특별함’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나 PD는 그 성향 자체가 무언가 거창하거나 대단한 특별함을 추구하는 일이 별로 없다. KBS에서 CJ로 옮겨온 그가 첫 프로그램으로 《꽃보다 할배》를 만들었다는 점이 그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물론 나 PD 역시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여행 예능’이라는 틀을 왜 벗어버리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당시 나 PD는 생판 모르는 걸 시도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여행이라는 소재 안에서도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꽃보다 할배》는 그래서 여행 예능이라는 연장선 위에 있었지만, 거기에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이라는 새로움을 덧붙임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까지 여행이라는 소재를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늘 새로움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런 ‘보편적인 것들 속의 특별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일상의 특별함’이다. 즉 여행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일상 역시 여행하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된 것. 그것이 바로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성공하게 된 이유였다. 《삼시세끼》는 정착하며 생활하는 그 일상으로 들어가 특별한 미션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 자잘한 일상에 얼마나 많은 특별함이 존재하는가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켰다. 일상은 더 많은 대중들의 공감대를 가져올 수 있지만 심심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 PD는 그 폭넓은 보편적 공감대를 갖는 일상을 소재로 가져와, 그 안에서 특별한 것들을 발견해 내는 예능을 시도함으로써 그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었다.

 

《꽃보다 청춘》 페루편 촬영 당시 제작진 모습. © 이진주 PD 제공


나영석 사단, 스페셜·제너럴리스트의 결합

 

이제 나영석표 예능 프로그램은 더 이상 나영석 PD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여러 PD와 작가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나영석표 예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프로그램에는 신효정·양정우·이진주·박희연 PD 등이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고, 작가진도 이우정 작가를 메인으로 최재영·김대주 작가 등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현재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나 PD는 한 프로그램에 기획부터 촬영, 그리고 후속작업까지 어느 정도 참여하고 나면 그 일들을 후배 PD에게 전담시키고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 다음 작업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균질한 완성도의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가진 전문성과 보편성의 결합 방식이다. 흔히들 우리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묻지만, 사실 그 해답이 둘의 결합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나영석 사단의 특징이다. 나 PD를 예로 들면 여행 예능이라는 자기만의 분야를 갖고 있으면서도(스페셜리스트), 그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담아내는(제너럴리스트) 방식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을 때 비로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런 결합이 가능해지는 건 이들이 추구하는 독특한 기획에서 비롯된다. 《삼시세끼》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굉장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불쑥 꺼낸 한마디 “아무것도 안 하고 시골에 폭 파묻혀 며칠 있다 왔으면 좋겠다”라는 그 말에서 비롯됐다. 이건 《윤식당》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누구나 갖게 되는 그 아쉬운 마음이 《윤식당》이라는 ‘여행지에서의 식당 개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영석 사단은 그래서 먼저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리고 회의 등을 거쳐 그 욕망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타인들도 공유하고 공감할 만한 것인지를 검증한다. 그 검증을 거치고 나면 곧바로 장소를 물색하고 거기 적합한 인물들을 찾아내는 등의 실행 작업에 들어간다. 어쨌든 여행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떠나고 돌아오는 그 며칠간을 통해 영상을 최대한 확보하고 편집과 자막 등의 후속작업을 통해 본인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려던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 한다.

 

어찌 보면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나영석 사단의 작업은 단순해 보여도 거기서 제대로 된 맛을 내놓는다. 일단 나영석 사단이 꺼내놓은 욕망이 제대로 시청자들의 어떤 정서를 건드린다면 그것은 곧바로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영석 사단이 연전연승을 기록했다는 뜻은 그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읽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