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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육·해·공 노사 격변기’

기간산업 노사 관계 악화일로...전문가 “현장경험 없는 재벌이 협상 결정권 가진 게 문제”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7.06(Wed) 17: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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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서소문 대항항공 건물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 사진=박성의 기자

 

대한민국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노사 파열음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항공업계에서 임금과 구조조정 등을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의견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유례없는 ‘육해공(陸海空) 동시파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현대차·현대중 23년만에 동시파업 시동
4월 26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백형록 노조위원장. 백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게 된다면 파업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23년만에 동시파업 카드를 빼들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5일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며 “사측이 협상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쟁의권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13일 조합원 찬반투표 등 파업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금속노조 총파업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또 파업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와도 같은 날 파업하는 동시 파업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차는 임금인상이 쟁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의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임금인상과 더불어 구조조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사측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일방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백형록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과 충분한 대화 끝에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과거 호황기에 대비하지 못하다가 이제 와 경영이 어렵다는 사측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 대우조선·삼성중 노조 “해고 쓰나미 받아들일 수 없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도 쟁의에 돌입한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사측의 인력 구조조정안이 도화선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5일 올해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과 2018년까지 경영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를 효율화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정규직 직원만 2300명 감축할 예정이다.

이에 양사 노조는 “사측이 ‘해고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측에 구조조정안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7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전면 파업을 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4일부터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을 묻는 재투표에 들어갔다.

앞서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13일과 14일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찬성률 85%로 파업을 가결시켰지만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투표는 6일 오후 1시까지 진행돼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예정이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쟁의를 미끼로 지원금을 삭감하겠다 했지만 쟁의는 노동자의 고유한 권리다”라며 “조선업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위기를 부른 게 노동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반성이 없다.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조치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흔들리는 기간산업, 협상력 있는 전문경영인 도입 절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쟁의로 멈춰선 가운데, 노사 갈등이 적었던 항공업마저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오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투쟁 수위를 결정한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37% 임금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1.9%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협상에서 촉발된 갈등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댓글 탓에 노사 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 수행하는 업무가 많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라고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4일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 회장을 고소했다. 지난달 13일에는 '대한항공 세무조사 및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 재산 빼돌리기 의혹 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은 모든 분야에서 정상화되야 한다. 민주적인 노사관계, 투명한 자금이동, 주주이익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 모든 약속이 협상을 통해 경영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기간산업 전체가 노사갈등으로 흔들리자 전문가들은 국내 ‘재벌 경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현장과 괴리된 재벌경영인들이 협상을 주도하다보니, 노사 간 불신의 폭이 점차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 경영 체제에서는 협상 결정권한을 가진 이들의 현장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 보니 노조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능력과 상관없이 고위직에 오른 낙하산 경영진도 문제다. 협상력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재벌들은 이들을 통해 노사관계 해법 등을 겸손하게 배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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