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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3류 인력관리’에 직원만 울었다

금융위기 이후 무리하게 인력 확충…비정규직 비율 높였지만 골든타임 놓친 ‘미봉책’ 그쳐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journal-e.com | 승인 2016.08.31(Wed)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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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직이 0명이던 2011년 이후 한진해운의 계약직비율은 매년 증가했다. 특히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2013년 이후에는 계약직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 사진=뉴스1

 

30년 간 바다를 호령해온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면 컨테이너선 100여척과 터미널 11개, 해외 현지법인 23개, 항만 90여곳을 연결하는 74개 원양서비스 루트도 소각될 것으로 보인다.

생사기로에 놓인 건 비단 물적 재산 뿐은 아니다. 기울어져 버린 한진해운 앞에 임직원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과거 두 번의 구조조정을 버텨낸 한진해운 고연차 직원부터 이제 갓 3년차가 된 사원들까지, 모두 실직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인력관리 대참사’가 지금의 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약직을 늘리거나 직원을 자주 증감시키는 등 장기적인 안목 없이 인력을 관리한 탓에 애꿎은 직원들만 법정관리 된서리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 “구조조정 이겨내고, 결혼약속 했더니 법정관리”

2년 전 한진해운 하반기 공채로 입사한 박환영(가명)씨. 박씨는 얼마 전 비보와 낭보를 동시에 받아들었다. 4년을 교제한 여자친구 부모에게 결혼 승낙을 받아냈고 같은 날 회사가 법정관리에 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박씨는 입사 시점에도 해운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사운이 법정관리까지 기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한진해운의 최종자구안을 채권단이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부터 연차가 짧은 사무직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다고 했다.

박씨는 “회사가 어렵다고 알고 입사했지만 해운업 전반의 위기라고 느꼈다. 회사 임원들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면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며 “자구안 제출 전까지도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어’란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 여자친구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가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재직한 고연차 직원들 근심도 깊다. 받는 임금이 높은 탓에 이직도 쉽지 않다. 이마저도 해운업황이 좋지 않아 받아줄 회사도 극히 적다. 앞서 한진해운이 실시한 두 번의 구조조정에서 겨우 살아남은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가질 희망도 없다고 말한다.

한진해운은 2009년 13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13년에는 40세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인력을 감축했다. 그해 비용절감을 위해 총 140여명 규모의 해외 주재원 인력을 4분의 1가량 줄이기도 했다.

◇ ‘선(先)위기 후(後) 인력조정’ 화 키워 

그래픽=김태길 미술기자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2009년과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당시, 인력관리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떨어진 해운운임 탓에 부실규모가 커졌다. 이때부터 보수적인 인력관리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경영진이 무리한 인력 확충 전략을 벌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 직원 연봉이 결코 적지 않다. 특히 해상 근무직은 고임금을 받기 때문에 호황이라고 이들 채용을 무분별하게 확대해선 안 된다”며 “한진해운이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긴 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특히 2009년 이후 인력을 확충했다 줄였다 하는 모습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한진해운 직원 수 변동추이는 피라미드 구조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남자직원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인력이 늘어난다. 2009년부터 해운업황이 좋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공격적인 인력확충인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채용이었다.

2014년 한진해운은 늘어난 부채 앞에 직원 200여명을 내보내야 했다. 2013년 인력확충을 무색케 하는 조처였다. 결국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으며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이미 부실이 커질대로 커진 상태였던 한진해운을 살리기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한진해운이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직원수를 줄이는 대신 계약직원 비율을 늘린 것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꼼수 인력관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해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직이 0명이던 2011년 이후 한진해운의 계약직비율은 매년 증가했다. 특히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2013년 이후에는 계약직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를 두고 한진해운 측은 “비용절감 측면도 있지만 해운업은 본래 계약직 해상직원, 특히 남자 비정규직 선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인력수요 자체 모두를 정규직으로 공급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업황에 따른 채용규모 확대와 축소, 구조조정 시점 등이 적절했는지 대해서는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운업계 특성상 필요인력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게 7년 전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구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효율적인 조직배치를 통해 단계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어야 하는데, 부채가 이미 커진 뒤에야 비정규직 비율을 늘리고 단기적 구조조정으로 대처한 탓에 비용절감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미봉책을 내세운 경영진의 근시안적인 판단도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진해운은 큰 일이 이미 발생한 후에 사후적인 대처법을 내놨다. 그렇다보니 인력 구조조정 규모나 방식이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임시방편에 그친 것”이라며 “업황이 안 좋아졌을 때는 80정도의 노력이 아닌 100 이상의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데 결국 최고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 인력관리나 업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었다면 조금 더 적시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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