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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한진의 눈물’ 먹고 자란다

"한진해운의 공백 메워야" 여론에 반사이익 톡톡…영업 및 금융계 지원 수월해져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journal-e.com | 승인 2016.09.02(Fri) 17: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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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시사저널e.

 


동병상련을 겪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회생 문턱에서 희비가 갈렸다. 현대상선이 뼈를 깎는 자구안으로 채권단 마음을 돌리며 지원을 받게 된 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들어섰다. 법원이 회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유동성과 대외 신뢰도가 악화된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을 점친다.

한진해운의 비극이 현대상선에겐 낭보가 된 셈이다. 국내 해운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 하락은 악재지만, 한진해운의 일감 중 상당수를 현대상선이 맡게 됐다. 여기에 금융권과 정계에서 “한진해운을 잃은 판에 현대상선은 어떻게든 살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험로가 예상됐던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발판삼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상선, 화주 지원위해 비상상황실 긴급 가동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산업은행·현대상선 임원과 만나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 측에 한진해운 빈자리를 메우는 데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화주 입장에 서서 수출물량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과도한 운임 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을 인수하는 안에 대해 산업은행이 힘을 실어달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향후 처리방향은 법원이 결정하겠지만, 청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해 일부 우량자산 인수 등을 (채권단이) 사전에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자산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상선도 임 위원장 주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현대상선은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운송 차질 및 화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상황실을 긴급 가동했다. 비상상황실은 매일 지역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선적 예약과 기기상황 등을 점검한다. 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 한진해운 주요 화주 지원방안 등을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우선적인 지원에 나선 곳은 아시아-미주 노선이다. 미주 노선에서 한진해운의 전세계 점유율은 7.39%다. 한진해운의 모든 영업·운송이 중단된 상황이라 이 노선을 활용하던 수출 중소기업들은 대체 선박을 알아보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철강이나 식료품 등 온도에 민감한 화물은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변형이 불가피해, 온전히 해당사 빚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미주노선(미서안)에 4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과 구주노선(북구주+지중해)에 6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 등 보유 선박과 용선을 통해 총 13척을 긴급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주노선의 경우 선박과 기기(컨테이너박스)의 빠른 선순환을 위해 주요 항구인 광양-부산-LA만 입항 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출항하는 첫 선박은 오는 8일 한국을 떠난다.

구주노선 또한 화주의 적극적인 대응과 신속한 운송을 위해 부산-유럽의 주요 항구만 기항할 예정이다. 투입 예정인 선박은 추후 발생되는 물동량 변화 및 화주들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선·운영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비상상황실을 향후 물류대란이 안정화 될 때까지 가동 할 예정이며, 주요 화주와 긴밀히 협의해 운송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 여의도 정가 “한진해운 망했는데 현대상선은 무조건 살린다”

한진해운 사태로 막중한 부담감이 얹혀 졌지만 현대상선에겐 이 같은 상황이 호재다. 현대상선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진해운과 더불어 법정관리 기로에 서있었다. 무엇보다 유동성이 꽉 막힌 상황에서 업황도 좋지 못한 게 큰 고민이 됐다.

현대상선은 6월10일 컨테이너 선주 5곳과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해 합의했고 벌크 선주는 25% 수준에서 용선료를 내렸다. 협상으로 향후 3여년간 지급할 용선료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을 신주 및 장기 채권으로 지급한다. 국제 해운동맹 ‘2M’과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2017년 4월부터 공동운항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업계가 바라본 현대상선 전망은 잿빛이었다. 국제 해운동맹인 2M 입장에서 기울어져 가는 현대상선 가입을 반길만한 동기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입을 받아줬다는 것은 2M을 이끄는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가 향후 현대상선 인수합병(M&A) 등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해운전문 컨설팅 회사인 시인텔리전스의 라스 옌센 CEO(최고경영자)는 6월24일 해운 전문지 '시핑 와치'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아시아 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몇 년 후에는 현대상선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진해운 사태로 현대상선의 미래는 업황에만 구애받지 않게 됐다. 한진해운은 극적으로 회생에 성공한다 해도 법정관리로 사업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 등을 대신 받고, 동시에 금융계 지원을 수월하게 얻어낼 수 있다. 경영정상화가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진해운 사태로 국내 해운업계나 부산항 등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현대상선에겐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이 기울게 된다면 현대상선 영업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고 금융계 지원 등도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국내 유일의 국적해운사가 되면서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현대상선만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을 거쳐가는 화물량이 줄며 지역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상선만이 부산항 마지막 보루가 된 셈이다.

2일 익명을 요구한 3선 출신 국회의원은 “부산에서 뱃사람 민심 놓치면 해당 지역구 의원이라 말하기도 민망해진다. 그만큼 부산항 경기는 민감하고도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보더라도 현대상선이 고꾸라지면 파급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이 이렇게(법정관리) 된 마당에 현대상선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성장반열에 올려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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