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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식탁메모] 전쟁터에 요리책 보낸 매켈레니

고객의 마음 읽는 감동경영의 힘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ㅣ ohioyoon97@daum.net | 승인 2016.09.09(Fri) 16: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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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요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전쟁터 군인만큼 음식에 민감한 사람이 또 있을까? 경험이 증명한다. 생일을 군대에서 보낸 적이 있다면 초코파이 생일 케이크의 기억이 있을 듯싶다. 초코파이 쌓아놓고 성냥개비 꽂아 생일을 축하했던 추억이다. 훈련소에서만큼은 무신론자도 단박에 종교인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위력적 과자지만 그래도 진짜 생일 케이크가 아니어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미군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 전쟁이 한참일 때 전선의 군인은 정글에서 야전 전투식량인 C 레이션 깡통을 까먹으며 생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인들에게 고향에서 소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박스에는 집에서 보낸 물품과 공통으로 요리책 한 권, 작은 핫 소스 한 병이 들어 있었다.

 

뜬금없이 왜 요리책이었을까 싶지만 이게 특별한 책이었다. 파운드케이크와 초콜릿, 분말 우유를 비롯해 야전 전투식량에 들어있는 통조림 깡통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의 요리책이다. 예컨대 초코파이 생일케이크도 훌륭하지만 이왕이면 파이를 녹여서 그럴듯한 진짜 케이크를 만들어 먹으라는 배려가 남긴 요리책이다.

 

제목부터 『C-레이션과 요리책』으로 전투식량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집대성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음식을 만들 목적이 아니라도 병사들이 심심할 때 읽을 수 있도록 유명 작가가 그린 만화책으로 만들었다.  

 

어느 병사 부모가 그렇게 속 깊으셨을까? 사실 요리책을 받아본 병사는 한 두 명이 아니었다. 한 소대에서도 몇 명씩이나 요리책을 전해 받았다. 군 당국과 식품회사가 펼쳤던 요리책 보내기 캠페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서 직접 요리책을 전달하지 않고 고향의 부모와 아내, 가족을 통해 받도록 한 것은 요리책에서 고향과 가족의 맛, 그리고 따스함을 느껴보라는 의도였다. 고향의 베트남전 참전용사 가족이 신청을 하면 가족의 선물과 함께 야전 전투식량 요리책과 함께 작은 핫 소스 한 병을 함께 부치도록 배려한 것이다.

 

전선의 군인에게 요리책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월터 매켈레니(Walter Mallhenny)로 당시 매켈레니 식품회사의 회장이었다. 우리가 피자나 스파게티, 치킨 먹을 때 뿌려 먹는 핫 소스, 타바스코를 만드는 회사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캠페인을 핫 소스 판매량과 연결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전쟁터에 요리책을 보내자는 발상 자체가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참전용사의 순수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매킬레니 식품회사의 CEO였던 월터 매켈레니는 예비역 해병 준장 출신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일본군이 죽었고 미군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했다. 초급 장교로서 일선 부대 지휘를 맡아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인물이다. 전쟁터에서는 맛있는 음식 하나가 사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기에 베트남 전쟁에서 일선 병사에게 전투식량을 이용해 만드는 요리책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군 당국이 요리책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서 회사 홍보는 물론 전선의 군인들에게 수많은 감사편지를 받았다.

 

흔하게 감동 경영을 이야기하고 쉽게 고객의 마음을 읽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야 마음이 움직인다. 매킬레니 CEO와 전선의 요리책을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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