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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수사 혼선에 검찰 '저인망식 수사' 또 도마 올라

"먼지털기 식으로 기업 흔들어" vs "비밀왕국 재벌 특성상 불가피"

한광범 기자 ㅣ 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04(Tue) 16: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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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차량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또다시 기업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저인망식 수사가 기업을 흔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해 재벌 수사에선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두 곳을 동원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17곳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그룹 정책본부뿐 아니라 신동빈(61)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까지 포함돼 있었다. 애초부터 수사 타깃이 분명한 수사였다.  

 

동원된 인력만 검사와 수사관을 포함해 200명 이상으로 최근 기업 수사 중 최대 규모였다. 압수된 자료 분량만 1톤 트럭 3대 분량이었다. 이후 추가적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그룹 계열사 상당수에서 자료를 압수했다.

 

거의 4개월 동안 수사가 이어지며 롯데 임직원 400여 명이 검찰에 불려 가 조사를 받았다. 수사 기간 내내 검찰은 롯데 계열사를 샅샅이 뒤졌다. 아울러 총수일가도 검찰 조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신 회장 등 주요 총수일가에 대해선 공개수사 착수와 함께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은 두 차례 방문조사를 받았다. 당초 고령과 지병 등의 이유로 실제 조사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법조계와 재계 일각의 시각을 벗어난 강수였다. 신 총괄회장 장녀 신영자(73) 롯데재단 이사장은 정운호게이트와 개인회사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신 회장의 형이자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소환됐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에서 해임되기 이전 일본 롯데 경영을 담당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그는 총수일가 중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으며 본인 스스로 "경영비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 모녀도 검찰 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일본에 체류하며 검찰의 귀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총수일가의 탈법적 전횡을 여러 부분 포착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영자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해외 유령회사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신 이사장과 서씨는 세금포탈 혐의로 기소됐고, 신 총괄회장 역시 기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탈세액을 총 1100억 원가량 인정했지만 검찰은 이 금액이 최대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총수일가가 실제 근무 없이 계열사에서 임금을 챙긴 것도 확인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한국 계열사에서 400억 원대 부당급여를 챙겼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부당급여를 챙긴 점을 인정하면서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서씨 모녀도 계열사에서 같은 수법으로 100억 원을 받아갔다.

 

검찰은 총수일가의 이 같은 부당급여 수령에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서씨 모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선 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검찰 수사 방향의 목표였던 총수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투입된 수사 인력과 소요 기간에 비해 성과물로서도 미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수사 과정에서 거론됐던 일본 롯데물산 통행세 관련 비자금 조성 의혹, 롯데물산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은 신 회장 구속영장에 기재하지도 못했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과 함께 재계를 중심으로 검찰의 기업 수사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대기업 수사에서 천명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지 않고 먼지털기식 저인망 수사로 기업을 거세게 흔든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인사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하는데, 검찰의 수사 방식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도 4일 서울고검 등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2~3년간 검찰이 수사한 농협, 포스코 등 기업 수사가 대부분 불구속이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며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지만 검찰 기업 수사도 이제는 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특수부 검사는 "재벌 수사는 그들만의 비밀 왕국을 수사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철저히 외부와 차단됐다"며 "내부에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밀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인사는 "총수 지시는 대부분 구두로 진행된다. 느슨한 수사로는 그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날 국감에서 "검찰 나름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최대한 혐의를 입증해 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법원과 구속사유에 대한 이견이 좀 있다. 영장 청구도 좀 더 신중히 하고 수사도 철저히 해 법원에 구속사유를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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