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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앞에 놓인 거대한 절벽

햄버거 대명사…이젠 시대변화에 밀려, 혁신도 미지수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07(Fri) 17: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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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햄버거체인 맥도날드가 직면한 위기와 이에 대한 맥도날드의 대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 사진=셔터스톡

 

한때 미국을 상징하는 낱말이기도 했던 맥도날드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아니었다. 베이비부머 시대 햄버거가 밀레니얼 시대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패스트 캐주얼 등 신개념 외식업체의 부흥도 위기론을 부채질한다. 맥도날드도 절치부심해 반격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7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세계 최대 햄버거체인 맥도날드가 직면한 위기와 맥도날드의 대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맥도날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패스트 캐주얼(fast-casual) 레스토랑의 공세가 눈에 띈다. 패스트 캐주얼은 패스트 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중간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패스트푸드에 비하면 다소 비싸고 주문이 오래 걸리지만,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패스트 캐주얼을 표방한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이같은 형태의 업체들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퀄리티 높은 식단을 내세워 맥도날드를 압박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 Group의 조사결과는 기류의 변화를 숫자로 증명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패스트 캐주얼 시장은 9% 성장한 반면 패스트푸드는 같은 기간 –1% 역신장했다. 성장률 격차가 가장 작았던 2014년에도 패스트 캐주얼은 4% 올라선 데 반해 패스트푸드는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맥도날드의 안방을 호시탐탐 노린 도전자는 패스트 캐주얼 뿐만이 아니었다. ‘더 좋은 햄버거’를 표방한 신규업체들도 맥도날드보다 빠르게 성장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매시버거(smash burger)와 쉐이크쉑(Shake Shack)을 대표적인 신흥강자로 봤다.

국내에도 상륙한 쉐이크쉑이 ‘파인 캐주얼’을 표방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쉐이크쉑을 국내에 유치한 허희수 SPC그룹 마케팅실장은 “쉐이크쉑 도입을 통해 국내에 ‘파인캐주얼(Fine Casual)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외식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인캐주얼은 최고급 레스토랑의 품질과 서비스에 패스트 캐주얼이 가진 가격경쟁력과 편리함을 곁들인 외식업을 뜻한다. 허 실장과 SPC측의 표현은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시장의 정체국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시 미국으로 눈길을 돌리자. 재밌는 점은 소비층의 구조적 변화와 햄버거 시장 구조변동이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매시버거와 쉐이크쉑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에서 인기를 끌며 성장 동력을 얻었다고 봤다. 즉 맥도날드가 베이비부머 세대(1946년~1965년 출생세대)를 상징한다면 스매시버거나 쉐이크쉑은 밀레니얼을 상징한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파이브가이스(Five Guys Burgers and Fries)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상징한다. 이 버거는 얼리지 않은 패티와 신선한 야채를 사용해 인기를 끌었다. 1961년 출생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에서 더 인기가 많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먹는 햄버거로도 유명하다.

국내 전문가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먹거리 담론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맥도날드가 미국의 산업화를 상징한다면, 쉐이크쉑은 뉴욕의 도시문화를 상징한다”며 “국내에서 나타나는 미국 햄버거 수용 변화 역시 이 같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섯으로 만든 패티를 활용한 쉐이크쉑의 슈룸버거.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라는 세간의 평도 과거보다 약해지는 추세다. / 사진=고재석 기자

실제 국내 SNS 공간에는 미국에서 스매시버거와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를 방문해 맛을 봤다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대부분 미국의 도시문화를 어릴 적부터 접한 세대들이다. 하지만 미국에 가서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방문해 글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맥도날드가 반격을 안 한 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맥도날드 수뇌부 역시 소비자들의 민감한 입맛에 적응하려는 다양한 복안을 구상하고 시행했었다. 가령 냉동육 대신에 신선육을 쓰거나 기존 조리기술을 바꾸는 방식이다. 서비스도 바꾸려 노력했다. 주문시스템도 개선했다. 지난해 부임한 CEO 스티브 이스터브룩(Steve Easterbrook)이 한 인터뷰에서 “기존에 가진 신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문제는 품질이다. 맥도날드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래리 라이트(Larry Light)​의 말은 맥도날드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한때 마케팅 천재로 불리며 맥도날드를 회생시켰다고 평가받던 인물이다. 

 

라이트에 따르면 어느 해부터 맥도날드 체인 매장에서는 빵을 구우는 걸 그만뒀다. 또 다른 해에는 빵을 아예 전자레인지로 돌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빵이 캐비닛에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맥도날드의 목표는 1분 30초 안에 고객의 주문을 만족시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캐비닛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빵은 눅눅해진다.


잘못된 전략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랫동안 맥도날드 수익구조에서 이른바 가성비 좋은 햄버거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 시절의 유력 경쟁자는 버거킹이나 KFC였다. 지금은 스매시버거와 쉐이크쉑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 응한 마이크 안드레스(Mike Andres)​ 맥도날드 미국 사업부 대표는 맥도날드가 비프와 토핑, 번부터 조리시간과 온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혁신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스 대표는 시행 중인 변화도 소개했다. 빵이 눌러 붙지 않도록 테프론 시트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활용해 패티를 조리했다. 또 번을 토스팅하는 시간도 5초 늘렸다. 5초 연장은 엄청난 변화다. 그전에는 햄버거를 빨리 받으려는 운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5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고기와 미트, 토핑도 골랐다. 테이블로 직접 직원이 가져다주는 식의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다. 에그머핀에서 마가린 대신에 버터를 사용하고 치킨너겟 등에서 인공첨가물을 제거했다.

이 같은 혁신의 한복판에는 지난해 부임한 CEO 스티브 이스터브룩이 있다. 이스터브룩은 성장정체 해소를 위해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선 상태다.(관련기사: 맥도날드 ‘아시아 엑소더스’) 또 2014년 부임해 이른바 ‘신선(fresh)’바람을 일으킨 안드레스 미국 대표도 교체하기로 했다. 안드레스 대표도 한때 맥도날드 부활의 주역으로 불렸었다. 얄궂은 교체라는 된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안드레스를 내친 이스터부룩은 지난 8월에 35년 만에 미국 광고대행사까지 교체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맥도날드가 ‘더 나은 버거’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등심버거’도 처참하게 실패했다. 또 앵거스 비프를 활용한 버거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앵거스비프는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 품종의 하나다. 쉐이크쉑은 앵거스 비프를 사용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사람들은 쉐이크쉑에는 돈을 많이 낼 의향을 보이면서도 맥도날드에서 비싼 버거를 먹으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실제 미국 소비자조사업체 컨슈머리포트가 2014년 집계한 햄버거 맛 선호도 조사에서 맥도날드는 5.8점에 그쳤다. 반면 스매시버거는 7.9점으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8.1점을 차지한 해빗버거(Habit Burger)다.

미국 유력매체에서 맥도날드 위기론을 다룬 기사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7일 기사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나치게 많은 맥도날드의 메뉴가 패스트푸드의 장점을 죽인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는 ‘메뉴 구조조정’으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패스트푸드 전체의 위기가 맥도날드에 직면한 모양새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애초 햄버거는 산업화의 첨병과 같은 느낌으로 탄생했다. 정말 ‘패스트’하게 빨리 먹기 위한 음식이다. 그래서 인건비도 확 줄인거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슬로우’하더라도 고급화된 걸 먹자는 시대다. 수제 햄버거 시장은 이제 아예 다른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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