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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공익법인, 지배권 강화 악용 행태 만연

63개 공익법인 119개 계열사 지분 보유…야당, '의결권 행사 금지' 추진

한광범 기자 ㅣ 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13(Thu) 17: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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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자 '공익법인을 지배력 강화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사진=뉴스1

 

 

대기업들이 계열 공익법인을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에 악용하는 행태가 만연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야당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6곳이 보유한 공익법인은 총 63개다. 이들 공익법인들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207사나 된다. 이 중 해당 공익법인과 같은 그룹 계열사는 119개이다.

삼성그룹 3개 공익법인이 8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STX·동양·웅진을 제외한 대부분 대기업이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 공익법인 1곳당 평균 1.8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상황이다. 이들 그룹 상당수가 공익법인을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에 사용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동일회사 지분을 5% 초과 보유한 경우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가치가 공익법인 자산의 30%를 초과한 경우 초과액에 대해 가산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

공익법인 규제는 재벌들의 공익법인을 이용한 편법 상속·증여가 계속되자 지난 1990년 처음 만들어졌다. 그 이전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에 대한 규제가 없는 탓에 재벌들이 무분별하게 공익법인을 경영권 세습에 악용하자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처음 규제가 신설될 당시 동일회사 지분 보유 한도는 20%였다.

규제 신설에도 불구하고 재벌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경영권 세습이나 지배력 강화에 편법으로 활용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한진그룹의 경우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사망하자 일우재단, 정석학원, 인하학원 등에 조 회장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세습 작업을 시작했다. 또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사망한 후에도 공익법인이 동원됐다. 한진해운 총수일가는 조 회장 지분 일부와 한진해운 자사주를 새로 만든 양현재단에 증여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2007년 성실공익법인 규정이 도입되며 재벌들의 공익법인 활용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동일회사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30%룰'도 적용받지 않는다.

삼성은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강화를 이유로 삼성SDI에 삼성생명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공익법인이 동원된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그룹 공익법인인 금호재단을 동원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공익법인을 악용한 최악 사례"라며 "기존 상속세 회피를 위해 공익법인을 악용하던 것이 이제는 자금조달 창구로까지 악용됐다"고 맹비난했다. 박 회장 등 재단 관계자들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야당은 경제민주화 입법의 하나로 공익법인 악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출자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력) 보호를 위해서 공익법인이 이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이것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에선 공익법인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이다. 의결권을 제한하되 면세 한도는 높여주는 내용이 골자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은 공익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했다. 또 성실공익법인 폐지도 담고 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 안은 계열사 주식을 사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정관에 의결권 행사 금지를 규정한 경우 주식기부 한도를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의결권이 없는 경우엔 기부 주식 전액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 같은 공익법인 규제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미온적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11일 국정감사에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같이 봐야 해서 좀 더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면 주식으로 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하게 된다. 그러면 공익사업 투자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재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경련은 "규제 정당성이 취약하고 재산권 일종인 의결권 박탈은 최소침해성 등 과잉제한금지 위반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대기업에만 차별적 규제를 해야 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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