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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블랙리스트' 김기덕에 서둘러 답한 영진위

김 감독 요구 하룻만에 지원사업 심사정보 공개…"그동안에는 왜 쉬쉬했나" 비판 일어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19(Wed) 1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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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예술검열 반대 기자회견에서 만화가 박재동씨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화계 블랙리스트 불똥이 여러 방향으로 튀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계 거장 김기덕 감독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이 공방도 그 중 하나다. 김 감독이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며 예술영화제작지원 사업 심사 의혹을 제기하자 영진위가 이례적으로 당일 저녁 답변 자료를 내놓았다.

18일 영진위는 ‘2016년 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 심사결과’에 대해 추가 공지사항을 발표했다.

영진위는 “공정한 심사와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비공개 했던 사항들을 심사위원의 동의를 구해 추가 공지한다​며 “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은 한국영화가 보여준 높은 예술적 성취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원공고에는 총 23편이 응모했고 심사는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됐다. 이날 영진위는 그동안 비공개로 부쳐졌던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했다.

심사위원에는 ‘설행’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과 ‘여성사 삼부작’ 연출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인 김소영 감독, 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 곽영진 영화평론가(청주대 외래교수) 등 5명이다. 연출, 제작, 투자배급, 평론 분야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는 게 영진위 측 설명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선정된 작품은 박석영 감독의 ‘재꽃’과 황철민 감독의 ‘여름방학’, 김영남 감독의 ‘오리의 웃음’이다.

영진위가 18일 저녁 늦게 ‘추가 공지’라며 이 같은 자료를 서둘러 낸 까닭은 국내 영화계 거장인 김기덕 감독의 공식 항의 때문이다.

앞서 17일 김기덕 필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진위는 1억 미만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독립영화 제작지원도 면접후보작을 공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 당 9억 미만의 엄청난 제작비를 지원하는 2016년 예술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 23편의 후보작들과 심사위원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덕 필름은 “지원작 후보명단과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특히 문화인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원작 리스트와 심사위원 리스트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일 정도로 발 빠른 영진위의 대처는 김기덕 필름 측이 명시적으로 언급한 ‘블랙리스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일보’는 “지난해 5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다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는 예술계 인사의 말을 전하며 이 인사가 당시 촬영해둔 9473명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 문건의 표지 사진을 12일 공개한 바 있다.(관련기사: 김혜수·박찬욱·송강호는 정권에 찍힌 연예인?) 김기덕 감독 역시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영진위 측은 이날 자료를 공개하며 ​공정한 심사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했던 사항”들이라며 비밀주의의 이유를 밝혔다. 이 중 개인정보 보호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김기덕 감독이 문제제기한 당일 바로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이름과 주요 직함 외에는 따로 공개된 사항도 없다.

 

공정성 주장에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 예술관련 공모에서 심사위원을 비공개에 부치는 까닭은 사전로비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2010년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를 맡았던 위원 9명은 조희문 (당시) 영화진흥위원장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과정 외압을 폭로했었다. 이 때문에 심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비밀주의를 유지하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 정부·여당은 짐짓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블랙리스트 존재를 묻는 새누리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의 질문에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튿날 김석기, 이장우, 조훈현 등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교문위원들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에 확인한 결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인터넷에 공개돼 돌아다니던 명단을 단순히 짜깁기한 자료였다는 게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후 4일이 넘도록 블랙리스트 이슈에는 침묵한 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관련 이슈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편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예술인들을 통제·관리해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우리가 맞닥뜨렸던 예술문화계 탄압과 본질이 같은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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