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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별점, 한식에도 최고 권위?

서구 식문화 근거한 평가의 한계 뚜렷…"미슐랭이 한식 세계화 전부라는 시각 위험"

고재석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07(Mon) 17: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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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 스타 셰프 시상식에서 마이클 엘리스 인터내셔널 디렉터와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셰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발간은 한식세계화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자 발전이다.”

미쉐린그룹 관계자의 발언일까? 놀랍게도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던진 말이다. 정 사장의 발언은 이른바 ‘모던한식’을 강조한 미쉐린 측 의도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한식세계화의 답안지는 아니라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된다. 한식 특유의 문화적 색깔을 강조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7일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별점’ 식당이 공개됐다. 광주요그룹의 가온과 신라호텔 레스토랑 라연은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곳간, 권숙수, 피에르 가니에르가 2스타 식당으로 꼽혔다. 또 리스토란테 에오(이탤리언), 발우공양(사찰음식), 스와니예(이노베이티브), 진진(중식), 큰기와집(게장) 등 19곳이 1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스타와 3스타 목록에 한식 비중이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쉐린은 한식에 주안점을 뒀음을 유독 강조했다. 미쉐린은 현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통과 모던을 아우른 한식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함께 서울의 미식문화를 다양하고도 잠재력 있다고 해석한 부분”이라며 “전체의 절반 가까운 11곳에서 한식을 선보이고 있고 그 동안 불고기, 비빔밥 등 한정된 메뉴에서 ‘게장’, ‘사찰음식’ 등을 발굴함으로써 한식의 다양성을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런 인식은 외국계 기업인 미쉐린만의 생각이 아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은 그간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온 한식세계화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과 발전의 계기다. 음식이야말로 관광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식정책을 주도하는 조직의 대표가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말 많고 탈 많은 한식세계화의 성공모델로 ‘공인’한 셈이다.

정 사장의 ‘한식세계화 발전’ 발언은 한식의 산업화, 기업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관광은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음식이야말로 관광의 중요한 목적으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3스타를 받은 가온과 라연이 든든한 투자를 배경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가온은 도자기업체에서 시작해 주류와 외식사업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는 광주요그룹이 만든 식당이다. 광주요그룹은 1스타를 받은 비채나도 운영 중이다.

라연은 신라호텔 23층에 위치한 한식당이다. 김성일 라연 셰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부진 사장과 신라호텔에 감사드린다”며 “조리팀과 구매팀, 식음, 기획, 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열정과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을 계기로 한식이 관광재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김 셰프의 말은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를 밑동 삼아 시스템화 된 한식의 현재를 오롯이 드러낸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한식세계화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김치맛이 집집마다 다르다’는 표현에서 나타나듯 ‘주먹구구 레시피’가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 이들이 강조하던 게 ‘김치 양념에 젓갈 몇 그램(g)이 들어가는지까지 계량화해야 한다는 발상”이었다며 “한식을 산업화‧프랜차이즈화하기 위해 그런 대안이 유용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게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이 원하는 방향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7일 진행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공식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3스타에 선정된 가온 김병진 셰프와 라연 김성일 셰프가 미쉐린 가이드 사업부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Michael Ellis)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미쉐린 코리아

 


정창수 사장의 발언 밑바탕에 ‘서구(western) 식문화에 부합하는 한식을 개발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자리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는 “전통한식과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한 한식기반 요리들이 세계인의 식당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며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통해 더 많은 외래관광객이 한식문화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한식기반 요리’들이다. 이는 미쉐린 측이 강조한 ‘모던 한식’이라는 용어와도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즉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세계적인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강보라 연구원도 “결국 미쉐린 가이드 같은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시스템에 이름을 올리는 게 한식세계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논리”라고 풀이했다.

미쉐린의 ‘한식평가’는 정확히 이 선상에 자리하고 있다. 베르나르 델마스 미쉐린그룹 부사장은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만의 정서나 식문화가 있지만 우리가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자신감 드러냈었다. 그는 한국인 평가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이상의 정보는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었다.

미쉐린은 7일에도 서울편에 대해 “평가기준은 다른 도시와 동일하게 글로벌 원칙을 적용했다. 한국의 고유한 미식문화를 존중하고 반영하면서도 전 세계 평가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국가별로 활동하는 평가원의 수나 신상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한국인 평가원을 포함해 유렵, 미국, 아시아 지역 등 다양한 국적의 평가원이 참여했다”고만 말했다.

그렇다면 미쉐린이 강조하는 ‘보편적 가치’는 무엇일까?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베르나르 델마스 사장의 3월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재료나 요리사의 개성, 가격 대비 합리성 등은 (전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7일 간담회에 참석한 마이클 엘레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도 “뉴욕, 파리, 런던에 모두 같은 평가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쉐린이 강조하는 보편적 가치가 서구 식문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료선정부터 조리법, 서비스까지 서양식 레스토랑 형태의 영향이 강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분석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는 욕쟁이 할머니가 해 주는 그 만둣국이라든지 부침개를 먹으러가지만 사실 그 이전에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면이 많고 (그게) 맛을 바꾼다. 정서적인 면을 과연 미쉐린 평가원이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우리 소비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문제가 남아 있다”며 “최근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미쉐린 별을 준다 해도 거절하는 식당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보라 연구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쉐린이 ‘보편’을 내세워 식당을 고르는 건 그들의 기준이니 존중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정책을 주도하는 입장에서는 ‘엄마 손맛’ ‘할머니 손맛’ 같은 한국적 조리법을 부각시키는 게 더 매력적인 한식세계화 정책 아닌가. 미쉐린이 한식세계화의 일부일 수 있지만 전부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한국음식은 집집마다, 가게마다 방법이 다르고 맛도 다르다. 그건 되레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에어비앤비’가 드러내듯 최근 관광코드도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게 한식세계화 정책의 출발점이라면 우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방안을 좀 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식세계화 정책의 한계를 논하며 “음식문화는 수용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한식세계화를 위한) 기회는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식품들이 많이 팔리길 원한다면 우리 밥상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미쉐린 코리아는 시간 관계를 이유로 별다른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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