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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오너 지배 버려야 권력에서 벗어난다

경영권 편법세습 탓에 정치 스캔들에 자주 휘말려

이철현 기자 ㅣ 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6.11.09(Wed) 11: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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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매체 편집국장이라는 직무 속성상 영국 종합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는 챙겨 봅니다. 두 매체는 8일 자에 국내 최대 기업이 겪는 곤혹스러운 사건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면에 ‘삼성,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렸다’ 제하의 4단 기사에는 ‘대통령 친구 딸이자 승마선수를 불법 지원했다는 혐의로 한국 검찰이 삼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시 A4면에 ‘검찰, 삼성 사무실 급습’ 제하의 4단 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검찰 수사관들이 삼성 사무실에서 압수수색물을 가져가는 사진까지 실었습니다.

전 민족주의자가 아닙니다. 국수주의자는 더 더욱 아닙니다. 어설픈 애국주의나 민족주의가 초래하는 폐해에 질린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겪는 수모를 전 세계인이 볼 것이라 생각하니 한국인으로서 창피한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삼성은 해마다 수조원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투입합니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담당자는 해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부터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마케팅에 수조원을 쓰고 다닌다고 자랑합디다. 이 덕분인지 삼성은 정보기술 부문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종종 공든 탑을 한꺼번에 허물어 뜨리는 사건을 저지릅니다. 엄청난 마케팅 예산을 투입해서 차곡차곡 쌓은 이미지를 한 방에 해먹어버리죠. 잊어먹을만하면 한번씩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는 탓입니다.

전세계 정보기술 기업들과 달리 삼성이 유독 정치적 스캔들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후진적 경영지배구조 탓이라고 봅니다.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2세, 3세에게 온갖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 경영권과 지배권을 상속하려다 보니 정치 권력에 취약한 겁니다. 비선이든 실세든 정치 권력을 장악한 자가 돈 내놓라하면 삼성은 거절하지 못합니다. 혹시나 구린데 많은 오너에게 피해가 갈까봐요.

삼성에 다닌 친구가 그럽디다. “이재용 부회장이 잘못한 거 없다. 그럼 실세가 손 벌리는데 주지 않고 배길 기업인이 어딨냐.” 그럼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 돈으로 내야죠. 왜 기업이 내야 합니까.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회사 일을 해야지 비선실세 딸에게 회삿돈 35억원을 갖다 바칩니까.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어떨까요. 제대로된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가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경영을 맡긴다고 해봅시다. 그래도 정치 권력이 삼성에게 손을 벌릴까요. 물론 손을 벌리는 정치인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삼성은 거절할 수 있을 겁니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건네지 않는다고 전문 경영인을 손본다고 할까요.(우리나라에선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니 착잡하네요.)

오너 일가에게 손을 벌릴 수는 있겠네요. 돈을 주든 말든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비리에 불과합니다. 기업이 욕먹을 일은 없죠. 수조원씩 쏟아부어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한방에 날리는 일도 없겠죠.

언제까지 후진적 경영지배구조 탓에 한국 기업들이 발목을 잡혀야 할까요. 어떻게 청와대 경제수석이란 작자가 기업 오너 일가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겁박할 수 있습니까. 협박 받은 오너는 아무 내색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유는 뭘까요. 이게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꼴입니까.

재벌 오너 위주 지배구조는 이제 끝내야합니다. 오너 일가가 최고 경영자에 오르더라도 오랜 기간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다면 정치 권력의 불법적인 요구에 지금만큼 취약할까요.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3세 경영인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이사회 논의를 거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 불법이나 편법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이제 그런 경영지배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 17면, 즉 삼성 기사 나온 페이지 옆 면에는 ‘치솟는 엔화 가치 탓에 일본 제조업체들 실적 타격’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니, 혼다, 닛산, 파나소닉 등 일본 대기업이 엔화 강세에 대처하기 위해 원가절감, 구조조정 등 경영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겨있었습니다. 기업 이름은 이런 기사에 나와야 정상입니다. 삼성이란 기업명이 정치면이 아니라 경제 내지 산업면에 나오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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